오늘 영장심사 앞두고 새벽에 사라져
평창동 집 뒷산 CCTV에 마지막 모습 확인, 병력 투입해 추적 중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성완종(63) 전 경남기업 회장이 9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집에 유서를 남긴 채 잠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자원외교 비리 관련 검찰 수사에서 회삿돈 250억원 횡령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성 전 회장은 이날 오전 5시10분께 강남구 청담동 소재 자택을 나간 뒤 잠적했다. 이후 성 전 회장의 차남이 유서를 발견했고, 운전기사가 8시께 경찰에 성 전 회장의 잠적 사실을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소방당국과 함께 성 전 회장의 통신기록을 추적한 결과 종로구 평창동 인근에서 9시30분께 까지 움직이는 신호를 확인했다. 또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성 전 회장이 평창파출소 뒷산에 올라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4개 중대 5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추적에 나섰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경찰과 긴밀히 연락하면서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은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6일 성 전 회장을 9500억대 분식회계와 250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 상 사기ㆍ횡령)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그를 수사하는 혐의는 세가지다. 성 전 회장은 2006년∼2013년 5월까지 최대 9500원대 경남기업의 분식회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이를 통해 경남기업의 재무구조를 부풀려 금융권으로부터 800억원대 사기대출을 받고,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성공불융자금 330억여원과 일반융자금 130억여원을 부당하게 지원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이런 방식으로 대출받은 회삿돈 등을 횡령해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점도 확인했다. 성 전 회장은 '코어베이스', '체스넛' 등 위장 분리된 경남기업 계열사를 통해 중국, 홍콩,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 등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들의 실소유주는 성 전 회장의 아내 동모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경남기업은 두번째 워크아웃을 졸업한지 2년5개월 만인 2013년 10월 세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일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900억원대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정치권에서 금감원에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성 전 회장은 앞서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강하게 표시했다. 그는 "자원개발은 투명하게 진행됐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이번 사건으로 신뢰가 다 무너져버렸다"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그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 명예회복을 하겠다"며 "자신이 왜 자원 외교의 표적이 됐는지 사실인 것처럼 부풀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유서를 남기고 잠적에 들어가게 된 직접적 이유로 풀이된다. 성 전 회장은 앞선 검찰 소환 조사에서도 자신에 대한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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