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생소한 세계 각국의 진기한 요리 총집합, 우승자 모국의 전통요리 소개 열풍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비너 슈히첼과 닭고기 카치아토레, 모어턴 베이벅스."
이름도 생소한 세계 각국의 진기한 요리가 다 모이는 곳이 바로 마스터스의 '챔피언스 디너'다. 전년도 우승자가 이듬해 대회 개막 하루 전 역대 챔프들을 초청해 저녁을 대접하는 자리다. 올해는 버바 왓슨(미국)이 8일 밤(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서 열린 만찬을 주재했다. 벤 호건이 1952년 시작해 이제는 아예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근래에는 특히 우승자가 모국의 특선요리를 소개해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 비너 슈히첼(1986년)= 베른하르트 랑어(독일)가 비너 슈니첼(송아지고기 커틀릿)에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를 곁들여 자신만의 메뉴가 시작됐다. 두 가지 모두 랑어의 고향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식이다. 랑어는 1993년 두번째 그린재킷을 입었을 때는 칠면조와 특색있는 드레싱을 내놓았다.
▲ 해기스(1989년)= 샌디 라일(잉글랜드)은 엄청난 열정을 쏟아 부었다. 직접 킬트(스코틀랜드 전통 남성용 치마)를 입고 전통 음식인 다진 양 내장을 선보였다. "스코틀랜드에 가 본 적이 있는 잭 니클라우스 같은 선수들은 해기스가 뭔지 알겠지만 래리 마이즈 같은 젊은 선수들은 무슨 음식인지 몰랐을 것"이라며 재미있어 했다.
▲ 닭고기 카치아 토레(1993년)= 프레드 커플스(미국)는 닭고기 카치아토레와 스파게티를 메뉴로 선택해 자신의 이탈리아 혈통에 대해 알리는 의미를 더했다. 친가가 이탈리아쪽에서 이민을 왔고, 코폴라라는 성을 커플스로 바꿨다. 커플스의 선택은 역시 이탈리아가 배경인 진 사라젠을 매료시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챔피언스 만찬 메뉴였다"고 두고두고 이야기했다.
▲ 치즈버거와 감자튀김, 밀크셰이크(1998년)= 타이거 우즈(미국)는 마스터스 최연소 챔프 답게 어린애들이 먹는 음식을 선택했다. "제가 먹는 음식"이라고 했고, 바이런 넬슨은 "집에서는 먹을 수 없는 음식 아니냐"며 불평하지 않았다.
▲ 닭고기 파낭 커리(2001년)= 비제이 싱(피지)은 태국 문화를 배경으로 삼았다. 칠레 농어에 칠리 소스를 곁들인 톰 카와 노란 카리 소스를 곁들인 양고기 목살이다. 싱은 셰프들에게 "초대자들이 음식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칠리소스를 덥 맵게 해달라"며 정성을 보탰다.
▲ 엘크와 멧돼지고기(2004년)= 마이크 위어(캐나다)는 북쪽 대설원 지방의 아주 특별한 요리를 준비하는 한편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안심스테이크와 치킨을 따로 제공했다. 맥주도 캐나다산을 제공했다.
▲ 랍스터 라비올리(2005년)= 필 미켈슨은 시저 샐러드와 마늘빵, 토마토 크림소스를 얹은 라비올리 등 이탈리아 음식을 골랐다. 이 메뉴가 1년 내내 인기를 끌었다는 점도 장외화제다. 필과 아내 에이미는 나중에 레시피를 월드라이프스타일닷컴에 공개했다.
▲ 닭고기와 소고기 파히타(2006년)= 우즈는 멕시코 볶음밥과 구운 콩을 더한 파히타 요리로 격을 높였다. 1998년의 치즈버거에서 졸업해 2002년과 2003년 우승했을 때는 스테이크와 닭가슴살, 그리고 초밥으로 메뉴가 변화했다는 것도 화제다.
▲ 송아지고기 오소 부코 라비올리(2008년)= 잭 존슨(미국)은 챔피언스 디너 역사상 최대의 요리로 일생에 단 한 번 뿐일 수도 있는 기회를 완벽하게 즐겼다. 식탁에 점보 새우요리와 꽃게 케이크, 랍스터 비스크, 필레 미뇽 안심스테이크, 그슬린 하와이 아히 참치요리, 아이오와 옥수수푸딩, 고구마 캐서롤, 밀가루 없는 초콜릿 케이크 등이 모두 나왔다.
▲ 남아프리카 보보티(2009년)= 트레버 이멜만(남아공)은 달걀 토핑이 가미된 저민 고기 파이에 다양한 남아프리카 와인을 준비했다.
▲ 아르헨티나식 바비큐(2010년)=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는 고향 음식을 골랐다. 초리조와 숏 립, 소고기 필레 모예야(달짝지근한 빵)와 피 소시지다.
▲ 스페인 해산물 파에야(2011년)= 필 미켈슨은 당시 암투병중이었던 세베 발레스테로스(스페인)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만찬까지 스페인 스타일로 꾸몄다. 필레미뇽 안심스테이크와 토르티야, 스페인식 애플파이다. 발레스테로스는 안타깝게도 다음달 세상을 떠났다.
▲ 모어턴 베이벅스와 파블로바(2014년)= 애덤 스콧(호주)은 '벅스(bugs)'가 풍기는 어감 때문에 처음에는 "혐오 음식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스콧은 그러나 "벅스는 고향의 전통 음식"이라며 "맛을 보면 금세 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벅스는 검붉은 껍질과 짧고 좁은 꼬리를 가진 갑각류다. 귤류의 과일이나 푸른 채소와 잘 어우러지는 맛으로 실제 스콧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디저트로는 엄마의 손맛과 정성이 깃들었다는 '파블로바'라는 이름의 호주 전통 과일 파이를 내놨다. 1926년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한 러시아의 유명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의 이름을 땄다. 스콧은 "파블로바만큼 가볍고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 청국장과 수육(?)= 만약 한국선수들이 우승한다면 과연 어떤 메뉴가 등장할까. 최경주(45ㆍSK텔레콤)는 예전에 "마스터스에서 우승한다면 청국장을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양용은(43)은 '김치찌게와 수육'이다.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이듬해 만찬에서는 건구절과 오색밀쌈, 꼬치산적, 대하 잣 무침, 쌈 야채 등을 주 메뉴로 구성한 퓨전한식을 대접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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