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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타협 결렬…노사정 밥그릇 싸움에 '공든탑' 무너졌다(종합)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17초

노사정 책임론 불가피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유제훈 기자]결국 결렬이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선언하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몇 개월간 쌓아온 대타협의 공든 탑이 무너졌다.

미래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구축 등 노사정 대타협이 갖는 의미를 감안할 때 먼저 테이블을 박차고 나선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와 정부, 노사정위원회까지 책임론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8일 오후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에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노총의 핵심요구인 5대 수용불가 사항 등과 관련해 정부와 사용자 단체의 입장에 본질적인 변화가 없었다"며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협상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노총이 제시한 '5대 수용불가사항'은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해고요건 완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완화 ▲비정규직 규모 확대 ▲임금피크제 및 임금체계 개편 ▲휴일근로연장근로 포함의 단계적 도입 등이다.


한국노총이 대타협 결렬을 선언한 가장 큰 요인은 정부가 제시한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제정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이다. 이는 이번 논의 과정 내내 노사정 간 간극이 가장 크게 드러난 주요 쟁점이기도 하다. 경영계가 불확실성을 없애고 분쟁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제정 등에 찬성한 반면 노동계는 비정규직을 확대시키고 해고를 쉽게 하는 개악이라고 반발해왔다.


김 위원장은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고 노조 조직률이 10%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비정규직 확산대책 등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해고요건 완화,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등 노동조건 개악을 시도할 경우에는 투쟁으로 저지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경영계는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영자총협회는 한국노총의 결렬 선언 후 "노동시장 구조개선은 노사 어느 한 쪽의 유불리를 따지고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타협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서 노동계가 기존 잠정 합의안들을 거부하고 5대 추가 요구안을 제시한 것은 사회적 대화의 주체로서 협상의 기본자세를 져버린 것일 뿐만 아니라 합의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논의과정에서부터 총파업을 주장하며 논의의 틀 자체를 흔들려는 일부 노동계의 태도가 대화와 협상에 부담을 줬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계에서 '해고를 쉽게 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행법과 판례에 따라 중앙선이 그어져있는 만큼 그렇게 되기 쉽지 않다"며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 접점을 찾았고 막판 진통인 만큼 결렬을 선언하는 게 아니라, 대타협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감안해 반드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이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확대와 개선 차원에서 기대를 모았던 대타협이 지난달 시한 내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결렬까지 간 데는 노사정이 각자의 기득권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섭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동계가 총파업을 예고하며 협상카드로 사용했던 것도 이미 이 같은 결과를 예고했다는 지적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대타협 논의는 지난해 8월19일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를 구성하면서부터 개시됐다. 작년 9월 1차 전체회의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역할을 논의하고 3개월여에 걸친 논의 끝에 12월23일 구조개선의 기본방향을 담은 대타협 합의문을 채택하는 데도 성공했다.


당시 비록 약속한 시한을 넘긴 데다 구체적인 내용이 제외돼 '팥소 없는 찐빵'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대타협의 본격적인 틀을 마련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들어 노사정은 임금개편, 근로시간, 정년연장 등 3대 현안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사회안전망 등 우선과제에 대해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특히 노사정 대표 4인이 별도로 만나 대타협안을 논의하는 등 주요 쟁점을 좁혀 나가는 데도 성과를 거둬왔다.


이 과정에서 논의가 진통을 겪자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3월 내 대타협 불발 시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대타협에 실패할 경우 개혁주체가 개혁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타협 결렬 조짐이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은 시한을 앞둔 3월 말부터다.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노사정은 합의문 초안조차 특위 전체회의에 올리지 못한 채 시한을 넘겼다.


3월31일부터 4월2일까지 3일간은 노사정 대표 4인이 매일 밤샘협상을 벌여 간극을 좁히고자 했으나, 3일 오후 한국노총이 대표자회동에 불참을 선언하며 다시 위기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대타협 결렬에 대한 부담감을 노사정이 모두 갖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대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지난 6일 "대타협의 7부능선을 넘었다"며 "마지막 진통"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7일부터 재개된 8인 연석회의와 노사정 대표자 회동은 '빈손'회동으로 끝났다.


현재 한국노총은 정부가 5대 수용불가 사항을 철회하고 노총의 핵심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노사정 대화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노총의 요구를 수용할 시에는 언제든 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수용불가사항을 미리 정한 채 협상에 나선다는 그 자체가 협상에 참가하는 주체로서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는 비난이 불가피하다.


특히 이번 대타협이 22%에 육박하는 청년 체감실업률을 낮추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받았던 점을 감안할 때 노사정 모두 국민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실업과 양극화 문제는 외면한 채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한 결과인 셈이다.


당장 한국노총은 논의 과정에서부터 총파업 카드를 꺼낸데 이어 협상 테이블을 먼저 깼다는 점에서 합의의 기본자세를 져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경영계는 먼저 고용창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사회적 책임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의 요구에 방어하기에만 급급했다는 평가다. 정부 역시 논의 시작단계에서 이미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다 쓰며 협상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사정 논의를 주도했던 노사정위는 또 다시 무용론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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