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시스템의 틀이 잘 잡힌 덕이다. 내가 없어도 코치들이 뭘 해야 할지 잘 안다.”
울산 모비스를 세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정상으로 이끈 유재학 감독은 모든 공을 선수와 코치들에게 돌렸다. 모비스는 원주종합체육관에서 4일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네 번째 경기에서 원주 동부를 81-73으로 이겼다. 첫 경기에서 잡은 상승세를 계속 유지해 2005-2006시즌 삼성, 2012-2013시즌 모비스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4전 전승 우승을 이뤘다. 통산 최다 플레이오프 우승(6회) 구단으로 거듭나며 팀 통산 네 번째 통합우승도 달성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견인한 유 감독은 현역 최고의 사령탑으로 부상했다. 2004-2005시즌 모비스 지휘봉을 잡고서 열한 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을 다섯 번 이끌었다. 올해까지 여섯 번 나간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다섯 번 정상에 올랐다. 그는 “같이 경기를 치르느라 고생한 김영만 감독과 동부 선수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통합우승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겸손을 보였다. “코치들이 내가 없어도 뭘 해야 할지 잘 안다”면서 “시스템이 잘 잡혀있어서 연패를 길게 끌고 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모비스는 유 감독이 인천아시안게임 농구대표팀의 지휘봉을 맡아 6개월 이상을 빠지고 정규리그 직전 로드 벤슨이 계약 문제로 떠났지만 지난 시즌 위력을 그대로 재현했다. 사실 유 감독의 숨은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그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항상 코치들과 공유했다. 구단 프런트와 자주 소통해 선수단에 필요한 점도 설파했다. “구단에 부탁하기가 왜 어렵지 않겠어요. 감독이 왕도 아닌데. 그래도 선수단의 입장을 대변해줘야 하니까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죠. 지금까지는 그게 괜찮았던 것 같아요.”
코트에서의 카리스마와 빈틈없는 전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만 가지 수를 가지고 있다’해서 '만수'로 불린다. 주축선수의 부상 등 예기치 않은 전력 손실에도 신들린 용병술과 작전으로 승리를 이어간다. 유 감독은 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수행해준 가드 양동근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말 대단한 선수다. 여러 선수들의 몫을 혼자 메웠다.” 골밑에서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컨디션 저하를 메운 아이라 클라크에게도 고마워했다. “중요할 때마다 정말 잘해줬다.”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그물망을 자른 유 감독은 이미 지난달 17일 모비스와 5년 연장계약을 맺었다. 그는 당분간 대표팀 감독은 맡지 않을 계획이다. “몸이 정말 힘들다. 점검이 좀 필요하다. 내 마음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걸 알고 있지만 양해를 구해 쉬고 싶다.” 벌써부터 새로운 전진을 생각하는 모비스. 유 감독과 함께이기에 걸음에는 거침이 없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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