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韓 분식…"김떡순(김밥, 떡볶이, 순대) 어디 있니"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하오츠(好吃ㆍ맛있어요), 하오츠."
30일 오후 7시30분에 찾은 명동 중앙로. 길거리 음식의 대표메뉴인 김떡순(김밥, 떡볶이, 순대)은 온데간데 없다. 대신 그 자리에는 즉석 자장면, 족발, 문어ㆍ소라꼬치, 떡갈비 모듬구이, 양꼬치, 탕후루(중국식 과일꼬치), 딸기모찌, 크레페, 와플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요우커의 명동 유입이 늘면서 노점의 풍경이 분식에서 익숙하지 않은 길거리 음식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처음보는 조금은 생소한 음식은 발길을 멈추게 했지만, 중국말로 된 메뉴판들은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때마침 문어ㆍ소라꼬치(3000원)를 사먹는 요우커를 만났다. 친구와 여행을 왔다는 왕 윈 하오(29)씨는 "지난해 부모님과 명동에 놀러왔었는데, 그 때 먹은 문어꼬치 맛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찾았다"며 "벌써 2개째 먹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왕 윈 하오씨와 여행을 왔다는 쑨 부어 씬(28)씨는 "명동은 먹거리 천국"이라며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많은지, 내일 중국으로 돌아가는데 자주 생각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중앙로를 조금 걸어가자 여성 요우커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와플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짜오찌엔난(33)씨는 "한국을 다녀간 친구가 명동에 가면 꼭 와플을 먹어보라고 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니 빨리 맛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이 외에도 길거리에서 떡갈비 모듬구이, 딸기모찌 등을 즐기는 요우커들이 눈에 띄었고, 초콜릿 잼과 바나나가 들어간 일명 '마법의 크레페'는 요우커들의 발길을 멈추고 침샘을 자극했다. 또한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탕후루와 양꼬치도 보였다.
명동상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는 약 600만명으로,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 명동"이라며 "현재 80여 개 노점이 있는데, 요우커들이 많이 찾다 보니 길거리 음식도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요우커들이 길거리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보니 다양한 음식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며 "길거리 음 식의 메뉴 변화로 주변 상권의 불만도 제기되지만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명동"이라고 덧붙였다.
명동관광정보센터의 중국인 담당 직원은 "지난해 까지만 해도 화장품이나 의류 매장의 위치를 묻는 요우커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길거리 음식의 위치를 묻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 히 관광과 쇼핑만 하는 여행이 아닌 먹거리도 같이 즐기는 '먹거리 여행'을 즐기는 요우커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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