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미주개발은행(IDB) 소속 44개 회원국이 17시간에 걸친 치열한 논의 끝에 20억3000만달러를 투입, 민간부문 지원조직인 '뉴코(New Co)'를 설립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벽 3시까지 논의를 유도하며 IDB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다.
IDB는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막 내린 IDB 총회(Boards of Governors)에서 핵심현안 과제인 민간부문 지원조직 개편방안과 2010~2020년 기관전략 개정안을 골자로 한 '부산합의(Busan Resolution)'를 채택했다. 한국의 의장국 수임 후 첫 성과다.
최 부총리는 폐회사를 통해 "2년 간의 긴 논의 끝에 뉴코의 설립과 자본 확충에 합의했다"며 "‘공공부문’에만 집중돼 있던 개발협력이 ‘민간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회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민간부문 지원조직 개편은 IDB 내 여러 부서에 산재돼 있는 민간부문 지원조직을 미주투자공사(IIC)로 통합, 뉴코를 신설해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회원국은 총 20억3000만달러의 자본 확대에 합의했다. IDB로부터 7억2500만달러의 자본을 이전하고 추가적으로 13억500만달러 규모의 신규증자를 실시할 방침이다.
회원국들은 29일 오후 전체회의까지도 자본금 이전 규모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으나 폐회 리셉션을 마치고 밤 10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3시까지 재차 논의한 결과 이 같은 합의를 이뤄냈다. 앞서 2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남은 몇시간 동안 반드시 결론이 나오게 노력하겠다"고 논의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시사한 최 부총리는 의장으로서 이날 재회의 소집을 유도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했다.
기재부는 "‘부산합의’의 채택을 통해 IDB의 민간지원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 경제 개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한국총회가 IDB 50여년 역사상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만한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는 뉴코 설립을 통한 지분율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현재 IDB 내 한국의 지분은 중국과 동일한 0.0029%다. 최 부총리는 "(지분율을)늘리길 원하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뉴코에서는 한국이 가능한 많은 지분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IDB의 중장기 비전과 정책목표를 담은 ‘2010-2020 기관전략’의 개정안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포용적 성장 ▲지속가능한 혁신 ▲역내 경제통합 등 3대 전략적 정책목표에 초점을 맞췄다. 세부적으로는 분배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금융소외계층을 표용하는 동시, 인적자본개발과 R&D투자 등을 확대하고, 무역규제와 세관 등 규제는 통합해나간다는 내용이다. 최 부총리는 일년간 의장직 수행과정에서 액션플랜 수립, 성과지표 마련 등을 맡게 된다.
이밖에 2014년도 연례보고서 및 재무제표 채택, 아이티(Haiti)에 대한 2억달러 무상공여 등이 의결됐다. 2016년 바하마에 이어 2017년 총회 개최국으로는 파라과이가 선정됐다.
정부는 이번 연차총회에서 11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한-중남미 개발협력 플랜'도 발표했다. 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공적개발원조(ODA) 등 총 10억달러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한편, IDB와 2017년 2월까지 2년간 1억달러 한도로 중남미 내 인프라 개발사업에 대해 협조융자 방식의 공동차관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29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개발경험 공유부터 중남미 지역의 인프라개발까지 아우르는 11억달러 규모의 지원"이라며 "개발 지원을 통해 공동번영을 달성하고 한국과 중남미 기업간 상호진출과 교류가 확대돼 양측이 상생 발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IDB 지원 확대 등에 따른 재정부담 우려에 대해서는 "ODA 비중을 빠르게 늘려간다는 방침에 따라 한-중남미 개발협력 플랜을 ODA 내에서 진행해 추가적인 재정부담을 초래하진 않을 것"이라며 "동남아 등 기존 협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중남미 경제통합을 위해 설립된 지역개발 국제금융기구인 IDB는 한국 등 공여국의 재원을 기반으로 매년 100억달러 이상의 프로젝트를 통해 중남미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있다. 26~29일 열린 IDB 연차총회는 48개 회원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기업인, 금융인 등이 4000여명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연차총회 기간에 5건의 장관급 면담, 17건의 고위급 협의를 통해 양자 차원의 실질적 진전도 있었다"며 "볼리비아와는 5년간 2억5000만달러 규모의 EDCF 기본약정을, 니카라과와는 하수처리시설 건설을 위한 6600만달러 규모의 EDCF 시행약정을 체결했다"고 총회 성과도 설명했다.
그는 "콜롬비아와도 양국 재정제도, 재정정보시스템 구축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재정협력 MOU를 체결했다"며 "코스타리카와는 KSP협력 MOU를 체결해 KSP사업을 지속 확산시켜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부산=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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