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조은임 기자] 거치식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2% 중반대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 상품이 출시된 24일.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 중심으로 은행 창구는 이른 아침부터 상담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지역에서는 은행문을 열자마자 대기자가 20 ~ 30명에 달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대부분 40~60대 고객들로 구비 서류를 꼼꼼히 챙겨들고 있었다. 서울 종로 은행을 찾은 서현욱(42세)씨는 "원금상환부담 때문에 월납입액이 많이 늘었지만 지금 거주 중인 아파트에서 이전할 계획이 없는 데다 앞으로의 수입이 유지된다고 보면 부담이 가능하다"며 "초저금리시대엔 대출금을 충실히 갚는 것도 재테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대기 고객의 편의를 위해 전담 대출창구를 확대하고 이동식 의자를 설치했다. 대출상담 창구 인원도 평소보다 늘리고 입출금 창구는 줄이는 방식으로 인력을 재배치했다. 금융당국 역시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당국은 은행측에 고객들이 장시간 기다리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상품 설명을 충실히 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안심전환대출은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대신 신청 다음달부터 원리금 상환이 시작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릴 것을 강조했다. 금감원도 검사국 소속 검사 인력 60~70명을 주택대출 취급이 많은 거점 점포에 투입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안심전환대출 승인은 5941건으로 집계됐다. 승인 금액으론 7810억원에 달한다. 이 추세라면 월 한도 5조원, 총 한도액 20조원의 조기 소진이 예상된다.
안심전환대출이 첫날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파격적으로 낮은 금리때문이다. KB국민ㆍIBK기업ㆍNH농협ㆍ우리ㆍ하나ㆍ신한ㆍSC은행 등이 이날 내놓은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연 2.53~2.75% 수준이다. 이는 주택금융공사의 정책금융상품인 적격대출보다도 훨씬 낮다. 적격대출의 금리는 5년 조정형의 경우 3.2%(비거치식 기준)대다. 안심전환대출이 최고 0.6%포인트 이상 더 싸다.
시중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현재 시중은행의 고정금리(5년 고정 혼합형 기준)형 주택담보대출 중에서 우량고객에게 적용되는 최저금리는 2.9%대다. 변동금리 대출의 최저금리도 2.8%대다. 여기에 기존 대출을 상환하면서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된다는 점도 파격적이다.
금융위는 한도 증액 작업에 착수했다. 월간 한도는 금융위 결정에 따라 늘릴 수 있다. 임종룡 위원장도 전날 간부회의에서 "월간 5조원 한도에 얽매이지 말고 취급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금융위는 이와함께 전체 한도 20조원을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전체 한도를 늘리기 위해서는 국회 승인을 받아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여력을 늘려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전환대출 계획량이 20조원으로 주금공 자본 증액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이번 5조원 물량이 어느 정도 반응을 나타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심전환대출은 원리금 상환으로 월 부담액이 커지는 만큼 부담능력을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수 하나은행 서압구정 골드클럽 PB센터장은 "안심전환대출은 부담능력에 따라 수요자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10년, 15년보다 20년 이상의 상환기간을 택하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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