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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차 된 이채원의 '10년투자' 펀드 "이름값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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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 설정후 수익률 162%…내년 10년 맞아 자축 행사도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지난 9년은 도망치듯 살아온 인생이라고 할 수 있죠. '무슨 종목을 사면 대박이 날까'가 아니라 '어디로 가면 안 깨질까'를 고민하면서 우직하게 철학과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10년투자' 브랜드로 유명한 한국투자밸류운용의 첫 펀드가 올해로 설정 9년째를 맞았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이채원 부사장이 성장주 일변도의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 가치주로 도전장을 던진 지 9년. 투자 기간이 비슷한 다른 펀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10년투자 펀드의 운용 비결은 무엇일까.

9년차 된 이채원의 '10년투자' 펀드 "이름값 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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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006년 4월18일에 설정된 '한국밸류10년투자1' 주식형 펀드의 설정 후 수익률은 162.54%에 달했다. 설정일에 1000만원을 거치식으로 담았다면 현재 2625만원을 손에 쥘 수 있고 매월 50만원씩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원금 5400만원을 포함해 8929만원을의 목돈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펀드는 당시 설정된 일반주식형 펀드 중 현재 설정액이 1000억원 미만 펀드를 제외하곤 수익률 선두다. 1000억원 이상 규모 중 수익률이 100%를 넘는 것은 이 펀드와 '이스트스프링코리아리더스자'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자' 등 3개뿐이다.

10년투자 채권혼합형 펀드 수익률도 설정 후 89.78%로 설정액 1000억원 이상 펀드 중 4위권의 성과를 내고 있다. 10년투자 펀드는 주식형과 채권혼합형을 합쳐 설정액이 2조2200억원이 넘는 공룡펀드로 성장했다. 이 중 주식형의 설정액은 1조6064억원으로 국내 대표 펀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수습 국면이던 지난 2009년 900대로 폭락했던 코스피 지수가 1700대로 급등했지만 10년투자 펀드는 지수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다. 2009년 한 해 코스피 상승률이 45%에 이를 때 펀드 수익률은 40%에 머물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고 투자자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 시기 1조4000억원의 설정액은 7000억원까지 반토막 났다. 이 부사장으로선 IT버블 시기 시장과 다른 길을 걷다 수익률이 고꾸라졌던 1999년의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10년투자 펀드는 이후 하락장에서 오히려 빛을 발했다. 2000선을 넘던 코스피가 1600선으로 떨어진 2011년 다른 펀드는 10% 이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찍으며 추락했지만 저평가주로 기초체력을 단단히 했던 이 펀드는 1.33%의 수익률로 손실을 막았다. 신뢰를 회복한 투자자는 다시 돌아왔고 반토막 났던 설정액도 1조원대로 복귀했다. 전화위복이었다.


한국밸류운용은 10년투자 펀드를 처음 선보인 지 10년째를 맞이하는 내년 4월에 초기 투자자를 초청해 자축 행사를 열 계획이다. 대상 투자자는 2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부사장은 "대박을 노리면서 소위 잘 나가는 주식을 좇지 않고 정말 싸고 좋은 주식을 진득하게 들고 버틴 결과"라고 밝혔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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