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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세난 대책, 인내심 갖고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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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세난 대책, 인내심 갖고 추진해야 이인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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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택시장의 화두는 단연 전세가격 불안이다. 아파트 매매가격에 비교한 전세가격의 비율(전세가율)이 최근 들어 70%를 넘어섰다. 서울 일부지역에서는 재건축ㆍ재개발로 인한 이주수요까지 겹쳐 90%를 넘어서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전세가격이 다시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월세가격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3% 이상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현상이다. 최근의 전세가격 상승은 초저금리의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작년 하반기에 2.0%까지 인하되자, 임대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해 전세물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3월12일에 기준금리가 1.75%로 추가 인하되면서 전세가격 상승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세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전세는 과거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집 값의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택구입자들이 전세를 끼고라도 집을 사두면 나중에 집 값이 상승하면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전세가 주택투자를 위한 지렛대역할(leverage)을 했던 것이다. 주택투기가 상대적으로 심했던 수도권일수록 전세비율은 더 낮았고 서울 주요 지역은 40%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전세가격이 집 값에 근접하는 것은 집 값의 장기 안정, 저금리로 인한 자연스러운 시장반응이다. 주택이 아무리 많아도 전세의 이점이 없어서 전세물량이 줄어든다면, 전세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고 이윽고 매매가격 수준으로까지 근접할 수 있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집 값과 비슷해지는 것은 어쩌면 시장정상화 과정에서의 불기피한 현상이지만 전세에 익숙해있었던 서민들에게는 당장 큰 목돈 부담을 안겨주고, 주거불안을 야기하는 민생문제라는 점에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마땅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한 딜레마가 존재한다. 정부는 전세시장 안정책으로 작년에도 9ㆍ1대책, 10ㆍ30대책 등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 및 입주시점 조기화, 재건축단지 이주시기 조정, 전세자금대출(버팀목 전세대출) 확대 등 가능한 대책은 모두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대책들은 제각기 일정한 한계를 가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전세자금 대출도 저소득 서민층의 낮은 신용도로 인해 무작정 대출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나 고가주택을 보유한 주택자산층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를 징벌적 과세로 규정하고 이참에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종부세를 완화한다고 해서 다주택자들이 월세가 아닌 전세형태로 임대를 늘린다는 보장은 없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대출규제 완화도 신중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이 반드시 주택구입용인 것은 아니며 생계지출자금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성명서에서 인내심(patient)을 철회하고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반기에는 국내 금리도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가계부채의 부실위험도 증가한다. 그간 잠잠했던 하우스푸어 문제가 촉발될 수도 있다. 지금은 전세가격 급등을 걱정하지만 전세가격 하락도 경계해야 한다. 전세금 반환이 안 되는 역전세난이 과거에 발생했던 사례가 있어서다.


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춰볼 때, 단기적으로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즉효약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인내심'이 필요하다. 주택공급 속도조정 및 수요촉진,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및 민간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라는 주택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세입자보호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선에서 인내심을 발휘할 때다.


이인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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