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2년전 대선 TV토론회를 연상케 하는 긴장감이 흘렀다. 17일 청와대에서 있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첫 만남에서는 '공약파기', '총체적 위기'와 같은 자극적 단어들이 난무했고 박 대통령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향해 특유의 레이저 눈빛을 쏘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신경전에 여당 대표는 '중재자'의 역할을 자임하며 '상생정치'를 강조했다. 초미의 관심 속에 열린 이날 3자회동은 예상보다 40여분 길어진 1시간 43분 동안 진행됐다.
이날 회동은 '중동순방 성과를 여야대표에게 설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화 내용은 꼭 그렇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약 3분 30초간의 모두발언을 모두 중동순방 성과에 대한 설명과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의 강조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를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정책기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민생을 살려야 하는데 정부 경제정책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도 후퇴했다. 수출경제 중심으로 간 결과 중산층이 무너지고 내수가 붕괴돼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표는 사전에 준비한 원고에서 4가지 민생과제의 해결을 제안했다. 최저임금의 대폭인상과 법인세 인상ㆍ고소득층 형평 부과 등 공정한 조세제도 확립, 전월세값 폭등 해결, 가계부채 증가 대책 등이다. 문 대표는 "대통령께서 대선 때 보편적 주거복지를 공약했는데, 공약을 파기한 것"이라며 "세입자들의 주거 난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이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위해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문 대표는 "남북 관계도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고 통일대박의 꿈도 남북관계 개선에 달려있다.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하고 우리도 초당적 협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문 대표가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준금리 인하가 서민의 비용부담 감소로 이어져야 한다"는 말을 할 때,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문 대표의 얼굴을 쳐다보기도 했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세 번째로 모두발언을 한 김 대표는 이번 여야대표 회동을 계기로 상생의 정치를 이뤄내자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는 "문 대표는 이전에 민정수석을 하면서 4년이나 청와대에 계셨는데, 국정의 넓고 깊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다 못한 개혁이 있으면 같이 완성할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의 90%는 경제라고 본다"며 "경제 앞에서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이번 좋은 만남을 통해 상생정치를 이뤄내고 경제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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