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제조유통일괄화(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축소설을 일축했다.
윤 사장은 13일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건물에서 열린 주주총회 직후 기자와 만나 "에잇세컨즈는 오히려 못 늘려서 난리"라며 "글로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에잇세컨즈는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야심차게 내놓은 자체 SPA 브랜드다. 론칭 초기부터 제일모직은 에잇세컨즈를 신성장 동력으로 꼽고 글로벌 진출을 적극 추진해왔다. 그러나 유니클로, 자라, 이랜드의 '스파오' 등 SPA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실적이 예상에는 미치지 못했다.
제일모직의 이날 주총은 상장 후 처음으로 진행됐다. 윤 사장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고 밝혔다. 이사진들도 "실적도 좋고 성장성도 괜찮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총에서 이사로 재선임 된 김봉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 역시 "분위기가 좋았다"며 웃었다.
제일모직의 주가는 상장 후 상승세를 이어갔고, 지난 1월9일에는 장중 17만9000원까지 오르며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상속세 납부 보도가 나오며 제일모직 지분매각설이 불거졌고, 최근 들어 주가가 급락했다. 윤 사장은 오너가의 지분매각설과 최근 주가하락에 대해서는 특별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윤 사장은 지난해 좋은 실적을 냈음에도 배당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주주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윤 사장은 주총에서 "배당금 지급을 신중히 검토했지만 하지 못했고, 잉여금을 모두 사내에 유보하고자 한다"며 "지급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매출액 5조1296억원, 당기순이익 4200억원 등 실적이 호전됐다. 그러나 미래성장을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윤 사장은 "내부조달을 할 건지, 외부차입을 통해 투자할 건지의 문제인데 사내잉여금으로 (투자를) 대체시키면 재무건전성이 확보가 된다"며 "회사 재무건전성을 통해 회사의 밸류나 주주여러분의 주주가치가 올라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최대한 배당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패션사업은 남성복 상품개발 등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건설사업도 수익이 전년 대비 7% 증가하는 등 성장하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지난해 경영성과가 보고됐으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 다뤄졌다.
사업목적에는 수목피해 진단 및 처방, 치유 사업을 추가했다. 제일모직은 "사업부문을 구체화해 계약 등에 도움이 되기 위해 사업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총 전 '5% 룰' 위반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던 이대익 사외이사도 이번 주총에서 원안대로 재선임됐다.
이 사외이사는 KCC 인재개발원장(부사장)을 맡고 있어 사외이사 재선임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KCC 부사장 직함을 달고서 자사가 2대 주주(10.19%)로 있는 제일모직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이른바 '5% 룰'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사외이사는 KCC 부사장에서 사퇴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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