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국내 대표 미술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최근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서 모두 80%대 낙찰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보다 높아진 실적 호조에, 미술시장의 성장세를 재확인시켰다는 평이다. 특히 지난해 불었던 단색화 열풍을 넘어 고미술과 근현대미술 등 분야별로 고르게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은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옥션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울 평창동 본사에서 개최된 경매 결과 총 164점 중 142점이 팔려 87% 낙찰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개최한 메이저 경매의 낙찰률인 70%에 비해 17%나 상승한 수치다. 낙찰총액은 59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미술품의 선전이 눈길을 끌었다. 총 87점 가운데 76점이 팔려 낙찰률 88%, 낙찰총액 약 17억원을 기록했다. 가장 경합이 많았던 작품은 단원 김홍도의 '노매함춘'으로, 시작가 4300만원부터 100만원씩 호가가 올라가며, 현장과 전화의 응찰 끝에 시작가의 4배 이상이 되는 1억95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매화가지가 꺾여있는 모습을 대담한 필치로 그려낸 단원의 만년작으로 ‘단구’라는 단원의 호가 적혀 있다. 고미술 가운데 최고가는 소당 이재관의 '월계탁금'으로 2억6500만원에 판매됐다.
근현대미술 부문에서는 블루칩 작가 김환기의 1960년대 작품 3점 모두 낙찰됐으며, 유영국의 1966년작 '작품'은 4억3000만원에 이 부문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단색화 작품 중에는 정상화의 1976년작 '무제 76-9-12'가 1억9000만원에, 이강소의 '무제-92132'가 8700만원에, 김기린의 'Inside, Outside'는 경합 끝에 2000만원에 판매됐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고미술과 근현대 미술의 전반적인 경합 분위기와 높은 낙찰률은 단색화를 넘어 미술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며 "올해 더욱 본격적으로 진행될 미술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봄 경매를 열었던 K옥션 역시 낙찰률 84%, 판매총액 6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08년 이후 최고 낙찰률을 달성했다. 지난 해 단색화에 집중됐던 관심은 근현대 작품 전반으로 확대됐고, 추상작품까지 폭넓게 응찰과 경합이 이어졌다.
단색화 작가 정상화의 1968년 작품 'Work 68-206'은 2000만원에 경매를 시작해 높은 추정가 4000만을 넘어 5600만원에 낙찰됐고, 윤형근의 1976년 작품 'Umber Blue'는 1200만원에 시작해 서면과 현장, 그리고 해외고객 사이에서 수십 차례 경합 끝에 해외고객에게 6600만원에 판매됐다. 박서보의 작품 '묘법 No.910120'은 1억1800만원에, 하종현의 작품 '접합 07 001'은 1억5500만원에 낙찰돼 새 주인을 찾아갔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상작품 가운데 김기린 작품 '안과 밖' 두 점은 각각 1300만원에 경매를 시작해 한 점은 2500만원, 또 다른 한 점은 2600만원에 판매됐다. 정창섭의 1993년 작 '묵고 No.93077E'는 500만원에 경매를 시작해 높은 추정가를 뛰어넘어 1200만원에 낙찰됐다. 천경자, 장욱진, 이중섭 등 근현대 대표화가들의 작품 또한 추정가에 비해 높은 금액으로 판매를 이어갔다. 이번 경매의 최고가 작품은 김환기의 '이른 봄의 소리'로 7억9240만원에 팔렸다.
K옥션 관계자는 "이번 경매는 미술시장의 완연한 호조세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며 "더욱이 첫 홍콩 단독경매를 앞두고 해외고객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펼친 결과, 단색화와 추상작품에 대한 해외고객의 응찰이 눈에 띄게 증가해 홍콩경매 결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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