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공직 후보자 위장 전입 '기본 옵션'화에 '무용론' 제기...행정자치부 "국가 운영 기본 망치는 행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주요 인사청문회마다 위장 전입이 단골 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이럴 거라면 아예 주민등록법상 '위장 전입' 처벌 제도를 없애라"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위장 전입 처벌 등 주민등록제도는 국가 운영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으로, 일부 고위층·공직자들의 도덕적 일탈로 인해 '어겨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퍼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 제청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오른 유기준 해양수산, 유일호 국토해양, 임종룡 금융위원장, 홍용표 통일부 등 4명의 장관급 후보자들이 모두 위장 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자들은 "당시엔 흔했던 일" 또는 "잘못했지만 가벼운 죄니 용서해달라"며 고위 공직자 후보의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차라리 제도를 없애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위장 전입'이란 주민등록상 주소를 옮겨 놓고도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주무 부처인 행정자치부는 매년마다 전국민들을 상대로 주민등록 일제정리를 실시해 위장 전입을 적발·처벌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0년간 약 5000여명이 처벌을 받았다.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정해진 형량이다.
그렇다면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가 될 정도로 고위직 공무원·대학 교수·정치인 등 이른바 사회 지도층들이 '빈번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위장 전입은 과연 '죄'가 아니므로 없애야 할 제도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 행자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행자부에 따르면 위장 전입을 처벌하도록 돼 있는 주민등록제도는 국가 운영의 기본을 이루는 중요한 시스템이다.
주민등록제도를 통해 모든 국가의 행정과 경제 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 제도에 위장 전입 등 혼란이 생기면 국가·사회적으로 커다란 혼란이 벌어진다. 위장 전입이 많아 인구 통계가 정확하지 않을 경우 우선 정부의 복지, 행정 시스템에 비효율과 낭비가 생긴다. 인구 거주 비율에 따라 복지, 주거, 세금, 병역 등과 관련한 예산이 집행되고 행정력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업들의 경제 활동도 잘못된 인구 통계로 인해 커다란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조선시대에서 조차 호구 조사, 호패법 등을 실시했던 것도 인구 통계가 국가운영체계 정비 및 부국 강병의 기본 중에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주민등록제도가 흔들린다는 것은 국가의 기본이 흔들린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요즘 논란이 된 위장전입 사건들은 처벌 시효인 5년이 지난 것들로, 대부분의 국민들은 엄격히 잘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행자부는 올해도 11일부터 오는4월24일까지 45일간 전국 읍·면·동에서 '주민등록 일제정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일제정리는 주민등록사항과 실제 거주사실을 일치시킴으로써 국민생활의 편익 증진과 행정사무의 효율적 처리를 도모하고, 오는 4.29 재·보궐선거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중점 정리대상은 ▲거주지 변동 후 미신고자 및 부실신고자 정리 ▲주민등록 말소?거주불명등록자의 재등록 ▲주민등록증 미발급자 발급 등이다.
행자부는 이를 위해 통장, 이장, 반장 등 주민 대표들과 공무원이 함께 직접 전 가구를 방문해 세대명부와 실제 거주사실을 대조하는 방법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사실확인 결과, 주민등록과 거주사실이 일치하지 않는 무단 전출자, 거짓 신고자는 최고·공고 등 절차를 거쳐 주민등록 말소나 거주불명 등록 등의 직권조치를 한다. 기존 거주불명 등록(옛 주민등록 말소)이 된 자에 대해서는 재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거짓 신고자와 이중 신고자는 고발조치도 병행한다.
또 이 기간 동안 주민등록 신고를 하지 않은 자, 부실 신고자, 거주불명등록자, 주민등록 미발급자 등 과태료 부과대상자는 거주지 읍·면·동사무소(주민센터)에 자진 신고하면 과태료 부과금액의 최대 3/4까지 경감 받을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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