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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손기정 못잖았던 오동우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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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뒤 마라톤 연도별 최고기록 작성자 명단에는 두 명의 한국인이 올라 있다. 한 명은 1935년에 세계 마라톤 사상 처음으로 2시간30분의 벽을 깨고 2시간26분14초의 최고 기록을 수립했고, 1936년에도 2시간28분32초의 그해 최고 기록을 세운 민족의 영웅 손기정 선생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한국인이 있다.


1939년에 2시간31분26초의 시즌 최고 기록을 세운 ‘Toyu Ko’다. 글쓴이가 우연히 보게 된 외국 자료에 따르면 ‘Toyu Ko'는 그해 11월 3일 도쿄에서 이 기록을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일제 강점기였지만 그의 이름 앞에는 태극기가 선명하게 걸려 있다. 'Toyu Ko'는 누구일까.

1930년대 중·후반, 일반적으로 알려진 한국인 마라토너는 손기정 선생 그리고 손기정 선생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남승룡 선생 정도다. 한국 마라톤 역사를 조금 더 파고든 스포츠팬이라면 남승룡 선생의 아우인 남기룡 선생도 상당한 실력의 장거리 선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외에 또 한 명의 한국인 마라토너가 나타난 것이다. ‘Toyu Ko’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메이지신궁경기대회를 알아봐야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로 날아간다.


1925년 9월 서울 남산에 완공된 조선메이지신궁을 축하하기 위해 때맞춰 준공된 경성운동장(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 대한제국 훈련원 터로 역사적인 장소인데 이제는 흔적도 없다)에서 그해 10월 제1회 조선신궁경기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침략을 일삼던 제국주의 일본이 패망하기 3년 전인 1942년까지 계속됐다. 조선신궁경기대회는 1924년 도쿄에 있는 메이지신궁경기장에서 시작한 메이지신궁경기대회에 출전하는 조선 지역 대표를 뽑는 선발전을 겸했다.

해마다 또는 2년 주기로 열린 메이지신궁경기대회는 1931년 제6회 대회까지 조선인 선수들의 참가를 받아 주지 않다가 1933년 제7회 대회부터 조선인 선수들이 출전하게 됐다. 거의 우리나라 선수들끼리 겨루는 조선신궁경기대회와 달리 메이지신궁경기대회는 조선인 선수와 일본인 선수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 대회에서 조선인 선수들이 거둔 몇몇 성적을 살펴본다.


1933년 제7회 대회에서 손기정 선생 등을 배출한 육상경기의 명문 양정고보(오늘날의 양정고등학교)는 중등부 800m 계주 우승을 차지했다. 연식정구 전문부에서는 보성전문(오늘날 고려대학교)의 천계근-노병익 조가 1위를 차지했다. 2년 뒤인 1935년 제8회 대회에서는 마라톤의 손기정 선생이 2시간26분42초의 세계 최고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 내용은 일주일 전 기사에 설명돼 있다.


축구 일반부에서는 김용식(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한 일본 대표팀의 유일한 조선인 선수)과 이유형(일본이 1938년 제3회 파리 월드컵에 대비해 구성한 대표팀에 포함된 김용식 배종호 박규정 등 4명의 조선인 선수 가운데 한 명. 일본은 자신들이 일으킨 중일전쟁 때문에 이 대회 예선을 포기했고 네덜란드령 동인도, 오늘날의 인도네시아가 아시아 나라로는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 이영민(경성운동장에서 처음으로 홈런을 기록한 조선인 선수. 해마다 전국 규모 고교 야구 대회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이영민 타격상의 주인공), 채금석(전북축구협회가 해마다 개최하고 있는 금석배전국축구대회의 주인공. 발이 빨라서 ‘군산 오토바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등이 활약한 경성축구단이 우승했다.


1937년 제9회 대회에서는 유장춘(생몰년 미상)이 마라톤에서 우승해 직전 대회 손기정 선생에 이어 조선인 선수가 2연속 우승했다. 이 무렵 조선인 복서들의 실력도 막강해 플라이급의 박춘서, 밴텀급의 김명석, 라이트급의 최용진. 웰터급의 이규환, 미들급의 김승환이 우승했다. 역도에서도 조선인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냈는데 남수일(57kg급), 박동욱(60kg급), 김용성(67kg급), 김성집(75kg급, 1948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박효상(82.5kg급)이 정상에 올랐다.


1939년 제10회 대회 마라톤에서 오동우가 1위로 골인해 조선인 선수가 3연패를 이룩했고 1만m에서는 직전 대회 마라톤 우승자인 유장춘이 패권을 차지했다. 축구 일반부에서는 함흥축구단이 정상에 올랐고 역도에서는 이규혁(54kg급), 조택희(67kg급), 이영환(82kg급)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직전 대회에서 한 체급 올린 남수일(60kg급)이 세계신기록으로 2연속 우승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1940년 제12회 여름철 올림픽을 도쿄에서 치렀으면 한국의 올림픽 역사는 지금과 많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 대회는 그해 10월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렸다. 종합경기대회에서 마라톤 경기는 일반적으로 대회 마지막 날 열리게 마련이다. ‘Toyu Ko'가 1939년 11월 3일 도쿄에서 이 기록을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는 외국 자료와 날짜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또한 1940년 1월 1일자 국내 신문의 전년도 육상경기 결산 기사 등에 따르면 오동우가 1939년 마라톤 시즌 세계 최고 기록(2시간31분26초)을 세운 것으로 돼 있다. 이런 근거들을 종합하면 ‘Toyu Ko'는 바로 吳東祐(오동우)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마라톤에서 각각 6위와 9위로 골인한 金恩培(김은배), 權泰夏(권태하) 선생이 일본어 식 발음인 ‘Onbai Kin' 'Taika Gon'으로 올림픽 역사에 남아 있는 것과 같은 사례다. 마라톤을 좋아하는 독자 여러분, 마라톤 관련 기사에서 'Toyu Ko’를 보게 되면 오동우로 읽기 바란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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