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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차라리'와 '그래도' 사이…존엄사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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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들 "올해 존엄사 분기점 될 것"

[과학을 읽다]'차라리'와 '그래도' 사이…존엄사의 운명 ▲존엄사 논쟁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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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죽음에 대해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간에게 한 번은 꼭 찾아오는 죽음. 올해는 이를 둘러싼 논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류가 온갖 질병에 노출된 것은 오래 전 일입니다. 의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수명이 많이 연장되고 있는데 그만큼 '고통 없이 죽을 권리', 즉 존엄사법에 대한 고민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오리건 주 등 5개 주에서 존엄사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올해 20개주에서 이와 관련된 법안이 의회에 상정돼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전체 대륙으로 확산될 것인지, 아니면 주마다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만약 존엄사를 선택한 이들의 경우 이를 허용하는 주로 이주하는 현상도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아름답게 떠나고 싶다" = 미국 사회가 존엄사법에 대한 논쟁이 무르익은 것은 한 사건을 통해서입니다. 존엄사에 대한 화두는 브리타니 메이나드(Brittany Maynard)의 '슬픈 사건'으로 빠르게 공론화됐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결혼해 행복한 삶을 꿈꿨던 29살의 꽃다운 나이의 그녀는 어느 날 머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고 뇌종양 판정을 받게 됩니다. 그녀에게는 청천 벽력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이어 병원 관계자는 그녀에게 "6개월 밖에 살 수 없고 발견된 뇌종양은 무엇보다 아주 고통스러운 질병"이라는 설명을 합니다. 메이나드는 고칠 수 없다는 질병에 걸린 자신을 발견했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존엄사를 인정하지 않는 캘리포니아 주를 떠나 존엄사법이 마련돼 있는 오리건 주로 옮겼습니다. 그녀는 죽기 전 가족들과 '마지막 여행'도 떠났습니다. 남는 가족들에게 최대한 좋은 추억과 아름다운 기억만 남긴 채 떠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메이나드는 자신의 존엄사 선택과 그 과정을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지금까지 1100만 명이 그녀의 존엄사 선택과 이와 관련된 동영상을 지켜봤습니다. 메이나드는 끝내 지난해 11월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의사가 처방해 준 약물을 스스로 먹고 이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고한 것이죠. 그녀의 존엄사에 대한 화두는 미국 전체에 공론화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주인 뉴욕과 캘리포니아 주에도 관련 법안이 최근 상정됐다고 합니다.

브리타니 메이나드는 남편과 친척 또한 자신의 선택을 존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 10월 초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내가 갖고 있는 질병이 치료되고 나도 치료받기를 무척이나 희망한다"면서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 이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존엄사 관련법 잇따라 상정 = 브리타니 메이나드 사건은 미국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존엄사에 대한 논쟁이 봇물을 이뤘고 이는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존엄사는 회복될 수 없는 불치의 병에 걸린 환자에 대해 편안하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의사가 직접 죽음에 이르는 약물을 주사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처방을 받아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일컫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안락사와 조금 차이가 납니다.


미국은 존엄사에 대한 분기점이 올해 마련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뉴사이언티스트는 3일(현지 시간) '2015년은 미국에 있어 조력자살에 대한 분기점이 마련될 것(2015 a watershed year for assisted suicide in the US)'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은 컬럼비아 특별구를 비롯해 20개 주에 존엄사와 관련된 법안이 상정돼 있습니다.


존엄사를 인정하는 단체의 페그 산딘 미국 활동가는 "올해 미국에서는 존엄사에 대한 공론화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의사들은 죽음의 말기에 있는 환자들에게 존엄사에 대한 처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들조차 치료 불가능한 환자들이 겪는 고통이 곁에서 지켜보기 힘들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죠. 미국은 현재 5개 주에서만 존엄사에 대한 처방이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대의견 "또 다른 비극 낳을 것" = 현재 존엄사에 대한 법안이 통과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결론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종교단체와 신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활동가들이 존엄사법 제정에 적극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늙고 아픈 사람들이 존엄사 법안으로 심각한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존엄사에 반대하는 단체를 이끌고 있는 다이안 콜만은 "존엄사를 인정하자고 하는 배경에는 말기 환자에게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아픔을 덜어주자는 의미가 있다"고 전제한 뒤 "꼭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콜만은 지난 2월12일 발표된 오리건 주 자료를 보면 존엄사 처방을 받은 3분의1만이 고통과 그 공포 때문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존엄사에 대한 의견조사 결과 혼자 움직일 수 없는 경우, 존엄을 상실하는 경우 등이 이유였다고 밝혔는데요. 여기에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답한 경우도 40%에 이르렀다는 부분에 대해 콜만은 방점을 찍었습니다. 콜만은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죽음을 선택한다면 이는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점점 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존엄사법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어 가장 예민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죽음을 둘러싼 논쟁과 과학에 대한 생각, 이를 법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분까지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가 존엄사 논쟁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올해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존엄사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내려질 지 주목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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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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