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신고식 후 싱가포르서 새 도전, 라이벌 김효주와 첫 맞대결
[싱가포르=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특급루키' 백규정(20ㆍCJ오쇼핑)의 발걸음이 급해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15시즌이 개막하자마자 '한류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김세영(21ㆍ미래에셋)이 바하마클래식에서 불과 2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일궈냈고, 장하나(23ㆍBC카드)가 코츠챔피언십 준우승 등 3경기에서 두 차례나 '톱 10'에 진입하는 등 올해 LPGA투어에 함께 입성한 루키들의 맹활약이 자극제가 되고 있는 시점이다.
백규정이 바로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해 곧바로 3승을 쓸어 담은데 이어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하나ㆍ외환챔피언십에서 연장혈투 끝에 우승컵을 품에 안아 'LPGA투어 직행 티켓'을 거머쥔 선수다. 기다렸다는 듯이 "어렸을 때부터 미국 무대를 꿈꿨다"며 "내 스윙 스타일은 더욱이 양잔디와 딱 맞는다"는 당찬 포부를 곁들였다.
데뷔전에서는 그러나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2월 초 코츠챔피언십 첫날 무려 8오버파를 쳤고, 둘째날 2오버파를 더해 '컷 오프'를 당했다. 2014시즌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 출전하면서 욕심이 생겨 조기 등판한 게 화근이 됐다. 여자골프계의'퀸(Queen)'이 되자는 의미에서 영문 이름까지 'Q Baek'으로 등록했지만 충격적인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바하마 공동 71위, 2주 전 호주여자오픈 공동 12위 등 빠르게 적응하는 분위기다. 백규정은 그러자 지난주 호주 브리즈번에 남아 에너지를 충전하는 동시에 아이언 샷과 숏게임 등 실전 샷 감각을 집중적으로 조율했다. "한국과 달리 코스마다 서도 다른 잔디, 특히 그린 컨디션의 차이가 컸다"며 "시차 적응 등 컨디션 조절에도 노하우가 생겼다"고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출사표를 던진 무대가 바로 5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센토사골프장 세라퐁코스(파72ㆍ6600야드)에서 개막하는 HSBC위민스챔피언스(총상금 140만 달러)다. 지난해 '핑크공주' 폴라 크리머(미국)가 아자하라 무노스(스페인)와 18번홀(파5)에서 속개된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무려 22.5m 거리의 장거리 퍼팅을 집어넣는 '우승 이글'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던 무대다.
백규정에게는 영원한 라이벌 김효주(20)와의 첫 대결이라는 점도 동기 부여로 작용하고 있다. 김효주 역시 전지훈련지인 태국에서 열리는 혼다LPGA타일랜드를 낙점해 화려한 데뷔전을 꿈꿨지만 공동 23위로 밀려나 이를 악물고 있는 시점이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당연히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박인비(27ㆍKB금융그룹),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등 세계랭킹 ' 톱 3'다.
리디아는 더욱이 호주여자오픈에 이어 모국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뉴질랜드여자오픈을 제패해 상종가다. 루이스는 혼다에서 양희영(26)에게 역전패를 허용한 설욕전을 꿈꾸고 있고, 박인비는 최종일 7언더파를 몰아친 달콤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한국은 최나연(28ㆍSK텔레콤)과 김세영, 양희영이 2승 사냥에 나섰다. 국내 팬들에게는 '국내파' 전인지(21ㆍ하이트진로)의 출격도 관심사다.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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