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클래식 최종일 연장 두번째 홀서 대니얼 버거 제압, 7년 만의 우승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내 사랑 혼다."
44세의 백전노장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3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 PGA내셔널챔피언코스(파70ㆍ7158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총상금 610만 달러) 최종 4라운드를 이븐파로 마쳐 대니얼 버거(미국)와 동타(6언더파 274타)를 만든 뒤 17번홀(파3)에서 속개된 연장 두번째 홀에서 기어코 '우승 파'를 솎아냈다. 2008년 8월 PGA챔피언십 이후 무려 7년 만의 우승이라는 것부터 빅뉴스다. 통산 6승째, 우승상금이 109만8000달러(12억1000만원)다.
이 대회는 더욱이 2005년 생애 첫 우승을 일궈냈던 '약속의 땅'이다. 6월 더바클레이스에서 연타를 터뜨렸고, 2007년과 2008년에는 디오픈 2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2008년에는 특히 디오픈에 이어 PGA챔피언십 우승으로 메이저 2연승이라는 위업까지 달성했다. 해링턴은 이 때문에 "혼다에서 우승하면 적어도 3년 이내에 메이저를 제패한다"는 '혼다 징크스'의 대표적인 선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날은 11~14번홀의 4연속버디를 동력으로 삼았다. 전날 4번홀(파4) 보기에 이어 6번홀(파4) 더블보기로 3타를 까먹었지만 일몰로 경기가 순연돼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을 벌었고, 여기에 경쟁자들의 자멸이라는 행운까지 더해졌다. 이언 폴터(잉글랜드)가 14번홀(파4)에서 워터해저드에 두 차례나 공을 빠뜨리면서 트리플보기라는 치명타를 얻어맞았고, 패트릭 리드(미국)는 15번홀(파3)에서 티 샷이 호수로 직행하면서 더블보기에 발목이 잡혔다.
해링턴에게도 물론 고비가 찾아왔다. 가장 어렵다는 15~17번홀, 이른바 '베어트랩'을 빠져 나오는 17번홀에서 티 샷이 슬라이스가 나면서 해저드에 빠져 순식간에 2타를 까먹어 다 잡았던 우승을 날릴 위기에 직면했다. 다행히 18번홀(파5)에서 벙커를 전전하면서도 천신만고 끝에 버디를 잡아내 먼저 경기를 마무리한 버거와 극적으로 연장전을 성사시켰다.
연장 첫번째 홀인 18번홀을 파로 마무리한 해링턴은 17번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티 샷한 공을 홀에 바짝 붙여 올해 PGA투어에 처녀 입성한 버거를 압박했고, 생애 첫 연장전에 나선 버거의 공은 물에 수장됐다. 최근 몇년간 부진과 부상에 신음하면서 세계랭킹 297위로 추락한 해링턴의 드라마틱한 우승기다. 한국은 박성준(29)이 공동 31위(3오버파 283타), 양용은(43)이 공동 44위(5오버파 285타)를 차지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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