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쌍용자동차가 4년만에 내놓은 신차 ‘티볼리’가 출시 40여일도 되지 않아 계약판매 1만대를 찍었다. 1월13일 출시 후 하루 200~300대씩 팔린 셈으로 올해 판매 목표인 3만8500대의 4분의 1을 훌쩍 넘는 수치다. 가격대비 높은 상품성과 세련된 디자인을 인정받은 데다 출시 후 경쟁상대가 없던 호재까지 작용한 결과다.
2일 쌍용차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티볼리의 누적 판매계약이 1만대를 넘어섰다. 설 연휴가 끝난 후 이미 1만대를 찍었지만 앞선 계약해지분으로 인한 소폭 조정을 겪었다.
티볼리의 경우 이미 출시 전부터 소형 SUV 돌풍을 예고했다. 우선 1600만대부터 시작하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 돋보였다. 동급으로 분류되는 르노삼성의 QM3(2280만~2495만원)나 한국GM의 트랙스(1953만~2302만원)와 큰 차이를 보였다. 기본형의 경우 트랙스보다는 300만원, QM3보다는 600만원이나 싸다.
차체 크기도 경쟁모델인 QM3보다 크게 나오며 소형 SUV의 단점을 보완했다. 연비 역시 가솔린 모델로 12~12.3㎞/ℓ정도면 적절하다는 평을 받았다. 출시 후 이어진 유가 하락세는 덤으로 작용했다. 출시 보름여만에 계약대수가 7000대를 돌파한 게 이를 방증한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잡은 마케팅 전략이 유효했다. 쌍용차에 따르면 구매층의 절반이 20~30대로 고가로 인식되고 있는 SUV에 대한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출시 전부터 가격대비 성능 측면에서 인정받은 데다 ‘나의 첫 SUV’라는 마케팅 전략이 적중했다는 게 쌍용차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3월을 티볼리 돌풍의 분수령으로 판단하고 있다. 출시 후 경쟁 상대가 없어 순항을 이어갔지만 현대차의 3세대 모델 투싼이 6년만에 출격을 대기 중이다. 현대차의 세계 최다판매 SUV로 세련된 디자인과 경제성으로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티볼리 돌풍을 의식해 출시 시점을 앞당길 정도로 현대차 내부에서도 상반기 최대 전략 차종으로 꼽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밝힌 ‘2020 연비 향상 프로젝트’가 반영된 첫 번째 신차여서다. 클러치 2개를 얹어 연료 효율을 높인 7단 ‘듀얼 클러치’가 장착돼 연비가 리터 당 약 15㎞까지 개선시켰다. 여기에 차량 정지시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오토 스타트 앤 스톱’까지 탑재됐다.
투싼의 합류로 기존 경쟁사들의 모델까지 재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2013년 11월 예약판매 7분만에 한정판 1000대 판매를 끝낸 QM3는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총 1만8191대를 팔아치웠고 한국GM의 ‘트랙스’도 지난해말까지 1만대를 넘게 판매하며 저력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가격 부담이 크던 SUV가 고성능 소형으로 틀이 바뀌면서 수요층이 다양해졌다”며 “티볼리를 시작으로 한 소형 SUV 경쟁은 경쟁사들의 모델이 속속 나오는 봄 이후에는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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