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국정원, 노무현 수사 내용 과장해 언론에 흘렸다… 그 당시 너무 괴로웠다"

[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망신주기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 수사부장이 당시 수사에 국가정보원(국정원)이 개입했음을 시사해 파문이 일고 있다.

25일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부장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라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회갑선물(시계)을 포함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4월30일 대검 중수부에 소환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부장은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권 여사가 선물로 받은 1억 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진술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언론의 대서특필 후 열흘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대해 이인규 부장은 경향신문을 통해 수사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며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전 부장은 "국가정보원의 당시 행태는 빨대 정도가 아니라 공작 수준에 가깝다"고도 했다. '빨대'는 내부정보를 익명으로 제공하는 취재원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