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자체 운용인력 양성 시도하다 쓴잔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4년 전 국민연금은 금융투자 시장을 깜짝 놀래키는 안을 발표한다.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을 자체 양성하겠다는 것. 그 전까지는 기존 자산운용사나 증권사의 인력을 경력직으로 채용해 왔다.
국민연금은 이를 두고 'YPE(Young Potential Expert)' 제도라고 밝혔는데,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 후 기금운용 전문인력으로 키워보겠다는 내용이었다. 1년간 수습근무를 거쳐 업무 능력에 따라 운용역으로 채용하는 식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한 건 전광우 전 국민연금 이사장이었다. 전 전 이사장은 금융위원장을 거친 금융계 슈퍼스타. 전 전 이사장은 "글로벌 운용역량을 배양하겠다"고 밝혔고, 연금 측도 "자산운용 사관학교를 만들어 보겠다"며 의욕이 대단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당시 YPE 1기로 뽑힌 10명 가운데 1년 후 주임운용역으로 채용된 이는 1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9명은 다른 직장을 찾아 연금을 떠났다. 전문성 있는 운용역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대일 밀착 교육이 필요한데 기금본부 여건 상 여의치 않았던 탓이다. 경력직으로 들어온 기존 운용역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수습들을 가르치는 데 익숙치 않았다.
소위 '전광우 키즈'로 불린 YPE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애초 계획은 1기 이후에 2기, 3기를 연달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잠정적으로 무산됐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1기의 성과가 좋아야 이어지는 것인데 1명에 그쳤으니 계속되겠느냐. 앞으로도 다시 도입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YPE가 다시금 떠오르는 건 올해부터 국민연금 기금본부가 운용직 확충에 적극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금본부는 올해 운용역 65명을 채용해 연말까지 운용역 숫자를 226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말 기준 460조원인 기금은 오는 2034년에는 2000조원으로 불어난다. 현재 기금본부의 1인당 운용액은 2조원 가량이지만 향후 글로벌 연기금 수준인 1조원 가량으로 조정된다고 가정하면, 19년 뒤 운용역 숫자는 2000명으로 늘어나야 한다. 기금본부가 매년 100명씩 충원해야 맞출 수 있는 숫자다.
국내 펀드매니저 숫자는 600명, 애널리스트 숫자는 1200명 가량이다. 앞으로는 국내 금융투자 시장의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운용역이 국민연금 기금본부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다. 실력 있는 외부 경력직의 영입도 좋지만, 국민 노후복지 기금 운용이라는 철학을 잘 이해하는 자체인력 양성도 검토해 볼 때가 됐다. 전광우 키즈의 복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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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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