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딸 '대리모' 자처한 59세 여성…숨겨진 사연은?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영국에서 환갑을 바라보는 한 여성이 친딸의 난자를 이용해 임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59세인 이 여성은 딸의 난자를 자신의 자궁에 이식받기 위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중년의 여성이 딸의 대리모를 자처하게 된 데는 세상을 떠난 자식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고 싶은 간절한 사연이 담겨있다.

이 여성의 무남독녀였던 딸은 장에 암이 발생해 4년 전 20대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딸은 투병을 하면서도 회복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완치 후 임신에 대비해 자신의 난자를 냉동보관했다.

그러나 딸은 결국 암을 이겨내지 못한 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고 남은 부모는 자식의 소원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딸의 부모는 정자 기증자를 구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대리모 시술을 해주겠다는 병원을 구하지 못해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영국 병원들은 사망한 딸의 난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전무해 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이들 부부는 6만파운드(한화 1억200여만원)를 들여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시술받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부부가 시술을 받으려면 영국의 의료윤리감독 기구인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HFEA는 이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사망한 딸의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문서나 이를 증명할만한 기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HFEA 측과 부부는 결국 고등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부부는 딸이 사망하기 전 직접 자신의 소원을 밝힌 점 등을 근거로 대리모 시술에 절차상 문제가 없음을 입증할 계획이다.

그러나 법원에서 대리모 시술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출산까지는 적지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인 여성의 나이를 감안할 때 수정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착상이 되더라도 산모와 아이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각종 합병증에 노출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만일 법원이 부부의 시술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냉동된 딸의 난자는 채취 후 10년이 되는 오는 2018년 2월 폐기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