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구순의 '정치9단' 울린, 조용한 '내조10단'의 이별

시계아이콘01분 45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김종필 전 총리 부인 박영옥 여사 빈소 표정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이민찬 기자]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 김종필(JP) 전 국무총리(89)는 부인 고(故) 박영옥 여사(86)의 빈소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짓고 있었다.


김 전 총리를 위로하기 위해 휴일임에도 정계 원로와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문객의 발길이 온종일 이어졌다. 휠체어를 탄 김 전 총리는 빈소 옆에 마련된 작은 방에 머물며 문상객을 일일이 맞았다.

구순의 '정치9단' 울린, 조용한 '내조10단'의 이별
AD



문상객들과 부인과의 추억과 평생 이어진 그림자 내조에 대한 미안함을 반추하던 김 전 총리는 '정치9단'답게 문상객들에게 때로 정치 훈수도 잊지 않았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40분께 빈소를 찾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대통령이란 자리는 외로운 자리"라며 "(김 실장이) 퇴임하더라도 가끔 찾아뵙고 외롭지 않게 해달라"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인격이냐"고 묻자 김 실장은 "나라 생각밖에 없는, 애국심 그 자체"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아침 일찍 조화를 보냈다.


김 실장은 "사모님은 건강하신 줄 알았습니다"라며 위로의 말을 꺼냈다. 김 전 총리는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했는데 열어보니까 말기였고 반년 이상 지탱을 했지"라면서 "살면서 한 번도 큰 병 앓은 일이 없었는데 아주 못된 병에 걸려가지고"라고 한숨 지었다.


자유민주연합에서 함께 정치 생활을 하며 김 전 총리와 각별한 인연을 맺은 이완구 국무총리도 이날 오후 2시30분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총리의 조문에 김 전 총리는 "바쁜데 어떻게 오셨나"라고 인사했고 이 총리는 "작년 연말에 안 좋으시다는 말씀을 들었는데…"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 총리는 지난해 김 전 총리가 본인을 차에 태우고 충남 부여에 마련해 둔 장지를 보여줬던 일을 회고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총리는 신임 총리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 "이완구 총리를 본인이 정계에 입문시켰다"며 "이 총리가 가끔 대통령한테 직언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박 대통령이 여성이기 때문에 섬세하실 텐데 그런 이야기를 입밖에 자꾸 꺼내지 말고 할 말이 있으면 조용히 가서 건의하라 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김 전 총리는 주요 정치인들에게 내각제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서는 "내가 내각제를 주장하다 망한 사람인데 한 사람도 동조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5년 단임제 대통령이 5년 동안에 무엇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의 자리에서도 "대통령 단임제, 대통령 책임제 해서는 큰일을 못 한다"며 "내각책임제를 잘하면 17년도 할 수 있고 그러면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의 만남에서는 "살이 쪘다"고 언급하며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박 회장은 김 전 총리와 사촌 처남ㆍ매형 사이가 된다. 박 회장인 "집사람이 쌍둥이를 임신해 배가 산만 해 빈소에 함께 오지 못했다"고 하자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계시면 얼마나 좋아하실까"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빈소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정우택 국회정무위원장, 정대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등이 다녀갔다. 이홍구ㆍ이한동 전 국무총리, 상도동계인 김덕룡 국민동행 상임대표 등 원로 인사들도 빈소에 다녀갔다.


한편 김 전 총리가 충청권의 맹주였던 만큼 이날 장례식장에는 과거 자민련 인사들이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오전에 빈소를 찾은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은 오후까지 자리를 지켰다. 자민련 사무처 당직자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관계자는 "우리에겐 (박영옥) 여사님이 어머니 같은 분이라 소식을 듣고 달려 왔다"면서 "발인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