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설 민심 동향에 촉각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저가담배' 논란이 설 민심의 한가운데 섰다. 정치권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저가담배가 19일 일가친척이 모이는 설날 밥상머리의 핫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저소득층을 위한 저가담배 개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데 이어 야당에서도 직접 말아서 피는 봉초담배에 한해 세금을 감면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면서 관심이 커졌다.
저가담배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올 초 적용된 담뱃값 인상이다. 금연을 유도해 국민건강을 향상시키겠다는 논리로 담뱃값을 올렸는데, 저가담배를 만든다면 취지 자체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정부가 세수부족을 이유로 담뱃값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국민건강 보다 세수를 더 거둬들이기 위한 목적이 확실해지는 셈이다.
인터넷 댓글에서 드러난 소위 '넷(net)심'을 살펴보면 저가담배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보다 구체적이다.
18~19일 저가담배 관련 기사에 붙은 댓글을 보면 '언제는 국민건강을 위해 올려 놓고 지금 와서 저가담배 검토라…국민이 봉이냐'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가 예상보다 적어 이미지 되살리기 차원 아니냐'는 식의 견해가 많았다.
담배를 끊기 힘든 저소득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견해도 있었지만 소수에 그쳤다.
정치권은 일단 나머지 설연휴 기간 동안 민심 동향을 면밀히 살피는 모습이다.
특히 여당은 설 연휴 직전 발표된 정당 지지율과 함께 예의주시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16일과 17일 실시한 정당별 지지율을 보면 새누리당이 34.7%, 새정치민주연합 33.8%로 나타났다. 특히 양당의 지지율 차이가 지난해 3월 새정치연합 창당 이래 가장 작은 0.9%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이완구 국무총리 청문회를 거치면서 여당 지지율이 낮아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한데, 저가담배 논란까지 합쳐질 경우 다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설연휴 여론 동향이 저가담배 추진을 판가름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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