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체결한 엔씨·넷마블, '경영권 분쟁' 선긋기(종합)

엔씨소프트-넷마블 전략적 제휴 체결 …'경영권 분쟁' 논란 일축
넥슨 "엔씨 자사주 매각, 주주위한 결정인지 의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좌)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우)이 1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동사업·전략적 제휴 체결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 : 엔씨소프트)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글로벌·모바일 게임시장을 노리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내건 양사의 만남을 두고 넥슨-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거론되자 양사는 단순한 파트너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넥슨 측은 주주들의 권리를 존중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1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상호 지분 투자 및 글로벌 공동사업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다. 모바일 강자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하고, 글로벌 IP에 강한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를 활용한 온라인 게임 개발에 나서 시너지 효과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6일 엔씨소프트는 넷마블 지분의 9.8%를 3800억원에 취득하고 17일에는 자사주 195만주를 3900억원에 넷마블 게임즈에 매각했다. 이로써 엔씨소프트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35.88％), CJ E&M(35.86％), 중국의 텐센트(28％)에 이어 넷마블의 4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시너지 효과 통한 글로벌 게임시장 공략"= 두 회사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주안점을 두고 서비스 능력, 유명 IP의 결합을 통해 글로벌 게임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퍼블리싱(Publishing) 사업 협력 ▲크로스 마케팅 ▲합작회사 설립·공동투자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공동 진출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을 마련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게임 개발과 마케팅 분야에서의 협력은 유례가 없던 일이다. 엔씨소프트가 IP를 공유한 것도, 넷마블이 크로스마케팅을 시도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는 개발한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을 상호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시키고, 모바일 게임을 공동으로 연구?개발하는 합작회사 설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방편이자 시행착오를 줄여나가기 위한 조치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앞으로 내부적으로 다양한 TFT를 구성하는 등 강력한 시너지를 내기 위한 협업체계를 만들어가겠다"며 "개인적으로 협업 첫 작품은 아이온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우호세력' 논란은 여전= 양사의 협력이 경영권 분쟁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도 여전히 분분하다. 이를 두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우호세력 포섭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넥슨과의 관계로 인해 여러가지 걱정을 드렸지만 이번 일은 그런것과 전혀 상관없이 진행됐고 어느 한쪽의 제안이 아니라 서로간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결과"라며 "넥슨에 관한 이슈는 나중에 더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고 말할 수 있을 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방준혁 의장도 이를 의식한 듯 넥슨과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자사의 이익에 부합해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방 의장은 "엔씨소프트의 주주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호세력이지만, 주주로서 넷마블의 이익에 부합되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넷마블은 글로벌의 다양한 파트너로부터 다양한 제의가 쇄도하고 있고 몇 년 전과 상당히 달라졌다"며 "단순히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이슈에 활용되기 위해 지분을 투자한다는 것은 넷마블 입장에서는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넥슨도 양사의 움직임을 두고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넥슨 관계자는 "엔씨의 자사주 매각 결정이 진정으로 주주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장기적인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넥슨은 향후 추이를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