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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버핏인가]17-① 그 생각에 127명 동참…버핏과 150조원 내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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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17. 80兆 갑부 버핏이 생각하는 나눔, 그리고 '기빙 플레지'

2010년 빌 게이츠와 함께 출범
법적 구속 없지만 공개 서약으로 동참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주상돈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주축이 된 억만장자들의 기부 클럽인 '기빙 플레지'의 회원 수는 현재 128명. 기부를 이행해야 한다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며 도덕적 책임을 바탕으로 자율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의 부호들은 자필 서명이 담긴 공개 서약서를 통해 기부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과연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기부서약 '기빙 플레지' 참여자 살펴보니= 40명으로 시작했던 기빙 플레지 서약자는 현재 128명에 달한다. 출범 때보다 3배 이상 서약자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참여 명단에는 이보다 더 많은 이름이 적혀 있다. 억만장자의 기부 서약 운동인 기빙 플레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빌 게이츠 부부처럼 부부 서약자가 66쌍으로 절반 이상(51.6%)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의 경우에는 약혼녀의 이름을 나란히 올렸다. 모스코비츠는 올해 31세로 동갑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기빙 플레지의 최연소 멤버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30대 서약자는 이 두 사람이 전부다.


멤버들의 현재 평균나이는 68.6세로 칠순을 앞두고 있다. 멤버들의 연령은 40대와 50대가 각 9명과 19명이고 60대 29명, 70대 31명이다. 버핏을 포함한 80대가 28명이고 90세 이상도 3명이다. 최고령 멤버는 올해 상수(上壽ㆍ100세)를 맞은 '은행왕' 데이비드 록펠러다. 그는 록펠러 가문의 수장이기도 하다.

기빙 플레지를 탄생시킨 게이츠와 버핏이 나란히 자산 규모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이츠는 지난해 말 기준 813억달러(약 89조원)를 소유한 세계 최대 부자다. 이어 버핏은 745억달러(약 80조원)을 가지고 있다. 버핏은 기부 서약 멤버들 중 가장 높은 비율(99%)의 자산을 기부키로 약속했다.


멤버들은 대부분 자산이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이지만 멤버들 중에는 현재 자산이 500만달러(55억원) 수준인 사람도 있다. 애틀랜틱 필랜스러피의 창립자인 척 피니(84)는 기빙 플레지 가입 훨씬 이전인 1984년 당시 재산의 99%를 기부했다. 현재까지 그는 63억달러(6조9000억원)를 자신의 재단을 통해 기부했다.


현재 자산규모가 알려지지 않은 14명을 제외한 114명의 자산은 총 2765억달러(304조1500억원) 규모다. 기빙 플레지가 기본적으로 자산의 50%를 기부키로 하는 방식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1383억달러(152조원)가 기부되는 셈이다. 이 금액에는 이미 기부된 돈은 빠져있다.


◆기부 서약의 한 축 '유대인'= 기부 서약자 중 유대인 출신이 많은 점도 눈에 띈다. 현재 128명의 기부 서약자들 중 3분의 1이 유대인이다.


이 캠페인에 동참한 유대계 슈퍼리치들의 재산규모는 2014년 말 기준으로 약 2400억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260조원에 달한다. 투자회사 칼라일 그룹의 칼 아이칸을 비롯해 정보기술(IT) 기업 오라클의 창업자 레리 엘리슨, 그리고 거대 미디어 그룹을 이끌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블룸버그는 기부야말로 많은 이들이 나를 기억해줄 수 있는 유산이라며 "부의 위대한 진정성은 내가 쓰고 소유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그것을 직접 목격하는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드러내기도 했다.


버핏에게 유대인들의 기부문화는 기빙 플레지 캠페인을 이끌 핵심 동력 중 하나였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엄격한 생활 속에 기율을 바탕으로 수입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은 돈의 일정 비율을 기부하도록 하고 있다. 칼라일 그룹 공동창업자인 데이비드 루번스타인은 개인 재산규모(약 3조원)와 비슷한 수준인 2조6000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고, 래리 엘리슨 역시 재산의 95%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버핏은 특유의 폐쇄성과 나름의 기부철학과 방법론을 가진 유대인들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유대계 슈퍼리치들은 기부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은 자신들의 기부행위가 공개된 이후 있을지 모를 역풍을 우려했다. 실제로 엘리슨은 버핏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기부행위를 공개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버핏은 "이 기부서약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으며 그 사례가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엘리슨은 결국 "나는 버핏의 생각이 옳기를 바란다"는 짧은 소회를 곁들인 기부서약서를 작성해 공개하며 기빙 플레지에 동참했다.


버핏은 이미 친분이 있었던 루번스타인, 블룸버그, 아이칸을 비롯해 로리 로케이 등을 십분 활용했다. 블룸버그와 아이칸은 2009년 세 차례 준비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최고의 '백기사'였고 로케이는 1961년 자신이 설립한 '비즈니스 와이어'를 2006년 버크셔 해서웨이에 매각하면서 버핏과 각별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었다. 또한 아이칸과 함께 칼라일 그룹을 공동으로 창업한 루번스타인은 기빙 플레지 캠페인을 전 세계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극적 지지자 중 한 명이었다.


평균나이 68.6세, 3분의 1은 유대인
최연소 모스코비츠, 최고령은 록펠러
한국의 아너 소사이어티, 725명 가입


◆서약 동참에 'No' 하는 부호들도 있다는데= 버핏과 게이츠의 기부 프러포즈에 거절하는 부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산 3분의 1을 자신의 재단에 기부하고 있는 홍콩 최고의 부호인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은 '기빙 플레지'에 동참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 건강 상태는 아주 좋다"며 즉답을 피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글로벌 화장품기업 로레알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도 버핏의 "함께합시다"란 요청에 "non merci (됐습니다)"고 거절했다. 프랑스 항공산업체 마트라와 대형출판사 아셰트의 아르노 라가르데르 회장도 불참 의사를 표했다.


128명 중 기빙 플레지에 포함된 프랑스인은 단 두 명.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유명한 니콜라스 베르그루엔 베르그루엔홀딩스 이사장과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가 그들이다. 프랑스 부호들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 기부에도 인색하다. 프랑스 10대 부호 중 기부 나눔 등 사회공헌 이력이 있는 이는 3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재산의 절반을 덜컥 내놓겠다는 미국 부호들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세금' 때문이다. 프랑스 부자들은 어마어마하게 떼어가는 세금으로 이미 사회적으로 그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고소득층 소득세 부담은 45.8%다. 여기에 주택세와 간접세까지 더하면 세금 부담은 더 커진다. 세금을 통해 일상적으로 기부를 실천한다는 이들의 주장에 일견 수긍이 가는 이유다.


거꾸로 기빙 플레지 등 미국에 기부재단이 잇따라 창설된 배경에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이 같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1920년대 연방차원의 사회복지 예산은 매우 빈약했는데 기부재단의 이 역할을 대신했던 것이다. 1960년대 민권운동기가 돼서야 연방정부는 사회복지와 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 작업을 시작했는데 1960년대까지 근 200년 동안 미국의 중요한 사회복지 및 빈민구제 역할을 개인들이 세운 재단이 담당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볼 때 이러한 자선재단은 미국의 독특한 역사구조 속에서 발생한 미국적 발명품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국내 고액기부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국내 알려진 고액기부자 모임은 아너 소사이어티다. 2015년 1월13일 기준으로 회원 수는 725명이다. 이 중 익명 회원은 100명이다. 총 약정금액은 809억원.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절차는 두 가지다. 최초 가입 때 최소 약정 기부금액 1억원을 완납하거나 최장 5년에 걸쳐 나눠 내는 방식이다. 회원 중 절반가량은 이미 약속한 금액을 완납한 상태다. 약속 금액을 완납하면 정회원이고 아니면 약정회원으로 칭해 예우한다.


2007년 12월 설립 이후 6개월 동안 단 한 명의 회원도 유치하지 못해 속 끓였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속도다. "처음에는 회원들의 참여가 저조했어요. 2008년 5월에 첫 기부자가 나타났으니까요." 아너 소사이어티에서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손기훈 매니저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2013년 2014년 두 해에 걸쳐 480여명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했다. 회원 3명 중 1명은 최근 2년 내 가입했다는 얘기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중에는 유산 기부를 약속한 회원도 10여명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김성환 화백이 있다. 고바우 영감 만화로 유명한 김 화백은 사후 만화 인세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종별 회원 현황을 따져보면 기업인(363명)이 58.1%로 가장 많다. 그 뒤를 개인(92명)과 의료인(64명)이 잇고 있다. 또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한 사람은 실명을 밝히기를 꺼린 익명 기부자다. 그는 29억원을 기부금으로 내놨다.


최근엔 가족 회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아너 소사이어티에 따르면 현재 부부 회원은 46쌍. 손 매니저는 "회원이었던 본인이 배우자, 자녀, 지인에게 회원 가입을 권유하면서 가족 회원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의 직업군이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손 매니저는 "처음 참여했던 회원과 현재 참여 회원의 면면을 보면 많이 다르다. 초창기엔 기업인 등이 많았다면 최근엔 경비원, 인삼을 재배하는 농부, 우유 대리점 경영자, 국밥집 사장 등 직업군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아너 소사이어티는 자산 규모가 큰 세계적 거부들이 자신의 자산 50%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는 기빙 플레지와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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