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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버핏인가]17-② 기부는 쇼가 아니라 '富의 위대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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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17. 80兆 갑부 버핏이 생각하는 나눔, 그리고 '기빙 플레지'

한때 돈 버는 행위에만 정신 팔려
이발소 가는 비용도 아낄 정도로 인색


가치있는 지출 눈뜬 아내의 영향받아
재산의 99% 사회환원 약속
슈퍼리치들 기부문화 바꾸는 계기로

[왜 지금 버핏인가]17-② 기부는 쇼가 아니라 '富의 위대함'입니다 워런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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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주상돈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워런 버핏하면 '투자 귀재', '세계적 갑부'라는 별칭 외에 또다른 수식어가 있다. 바로 '기부왕'이다. 버핏은 2006년 6월25일 빌 게이츠 부부의 재단에 재산의 85%를 기부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4년후 그는 '기빙 플레지'를 설립하면서 이 기부 비율을 99%로 끌어올렸다. 사실상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버핏은 미국 정부에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으라'고 재촉한다. '세계 최고 부호'에서 기부와 나눔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버핏에게 부(富)와 나눔은 어떤 의미일까. 부와 나눔에 대한 버핏의 생각을 들여다봤다.

◆돈은 잘 모으지만 쓸 줄은 몰랐던 버핏= 과거 버핏이 온통 돈 버는 데 정신이 팔려있자 아내 수전(수지)은 "인생에는 방에 틀어박혀 돈 버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고 다그치곤 했다. "이제 돈 버는 일에 그만 집착하라"고 압력을 넣기도 했다. 버핏은 디너파티에 가서도 슬그머니 빠져나와 일을 하러 갈 정도로 일중독자였다. 이런 버핏을 보고 혹자는 '버핏이 북두칠성을 바라보고도 달러화 표시 부호를 생각했을 것'이라고 놀려댔다. 지독한 일벌레였지만 돈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버핏은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돈을 원하기 때문이 아니다. 돈 버는 재미와 돈이 불어나는 것을 보는 재미 때문"이라고 말한다.

버핏은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기록한 점수판만 있으면 어디에 살든, 무엇을 먹든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돈을 버는 데 관심이 있을 뿐 지출에는 인색했다. 학창 시절 그는 컬럼비아대학교의 작은 방에서 치즈 샌드위치를 먹고 여자와 데이트할 때도 21클럽(뉴욕 유명클럽) 같은 근사한 곳 대신 강의실에서 만났다. 이발소에 가는 것조차 "내가 정말 이렇게 머리 한 번 깎는 데 30만달러를 들여야 하나"고 말하며 아까워했다. 지금 소비하는 돈을 투자해 복리로 굴리면 미래 금액이 이렇게 늘어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얘기다.


오히려 제대로 사는 것에 신경 쓴 건 그의 아내 수전이었다. 수전은 돈이란 어떤 특별한 목적에 쓰이지 않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차 바꿀 생각을 안 하는 버핏에게 캐딜락을 골라준 것도 수전이었다. 하지만 수전 역시 헤프게 돈을 쓰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수전은 인근 수㎞ 안에 있는 모든 자동차 판매점에 전화를 걸어서 가장 싼 가격을 확인한 뒤에야 구매를 결정했다.


집 구입 등 집안의 대소사와 관련된 지출내역을 도맡아 챙긴 수전은 후에 '기부'라는 사회적(?) 지출에도 버핏에게 영향을 끼치는데, 재산의 85%를 기부한 뒤 버핏이 "아내 수지와의 약속을 지켰다"고 말한 대목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부자로 불명예스럽게 죽겠다는 버핏= 버핏은 청년시절부터 앤드루 카네기, 존 D 록펠러의 일대기를 공부했다. 여러 자선 사업가 가운데 두 사람이 기부에 있어 모범을 보인 인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버핏은 데일 카네기가 쓴 염가판 서적 '친구를 사귀는 방법,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을 여러 번에 걸쳐 정독했고 1988년 앤드루 카네기가 펴낸 에세이집 '부의 복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한 권씩 돌리기도 했다. 또 카네기의 명제인 '부자로 죽는 사람은 불명예스럽게 죽는다'는 말을 그의 지인들에게 토론 주제로 던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버핏은 카네기의 이론을 살짝 비틀어 "카네기처럼 부자로, 그리고 불명예스럽게 죽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자기 재능을 가장 잘 발휘하는 길은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돈을 버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자기가 죽은 뒤에도 사람들에게 나눠줄 돈이 계속해서 생기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카네기와 록펠러로부터 기부와 나눔의 정신을 배웠다면 전직 영국대사 월터 애넌버그는 버핏에게 재단 운영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버핏은 1960년대 '버핏 재단'을 만들었다. 이 재단은 아내가 죽은 뒤 '수전 톰슨 버핏 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버핏이 즐겨읽는 신문 '데일리 레이싱 폼'을 소유한 애넌버그는 버핏과 주고받은 서신에서 "부자는 모름지기 죽기 전에 모든 걸 내놓아 자기들에게 맡겨진 의무를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또 그는 버핏에게 재단이 엉망으로 망가지는 사례들과 이사들이 재단 설립자를 배신한 사례들을 정리해 전달하기도 했다. 자선단체가 청지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례를 폭로해, 버크셔 해셔웨이가 소유한 '오마하 선'이 1973년 풀리처상까지 받게 했던 버핏은 편지 내용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재단 운영을 놓고 수전과 옥신각신하기도 했는데 1980~86년 버핏 재단은 72만5000달러가 있었지만 매년 4만달러 조금 못 되는 돈을 사회에 내놓았다. 이 액수가 성에 차지 않았던 수전은 지금 최대한 많이 기부하자는 의견이었고 버핏은 일정 금액 이상은 자선 활동에 쓰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벌수록 대학교, 환경 운동가 등 버핏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곳도 늘어났지만 버핏은 "만일 내가 당신 단체에 돈을 낸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줘야 할 것"이라며 번번이 거절했다. 이런 버핏을 보고 사람들은 그가 기부의 즐거움을 모른다고 흉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버핏은 기부에 대한 보다 큰 그림이 있었다. 재단을 운영해 자산 복리로 충분히 늘어나게 하면 사람들에게 나눠줄 돈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 버핏 생각이었다.


◆억만장자의 기부약속 '기빙 플레지'의 탄생= 2006년 6월25일. 워런 버핏이 '빌앤드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포함한 5개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기부 규모는 버핏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85%. 그는 게이츠 재단에만 전체 기부액의 6분의 5를 기부하기로 했고 나머지는 아내, 아들, 딸의 이름으로 설립한 4개의 자선재단에 배정했다. 게이츠 재단에 배정된 기부금에는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고 게이츠 부부의 결정에 따라 재단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앞으로 매년 전달될 기부금은 그해 모두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로부터 4년 후 버핏은 기부문화를 송두리째 바꿀 만한 발표를 단행한다. 그는 게이츠 부부와 함께 대중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기빙 플레지를 출범시킨다. 기빙 플레지는 개인자산의 50%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공개 기부서약 캠페인'이다. 버핏은 기빙 플레지의 출범과 함께 자신의 기부규모도 끌어올렸다. 4년 전 개인자산의 85% 기부 약속을 이번엔 99%로 올린 것. 사실상 개인재산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2006년 버핏의 행보가 세계 최고 부자의 예상치 못한 기부선언이었다면 2010년의 행보는 새로운 기부문화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본보기'의 의미가 컸다. 2010년 40명으로 시작했던 기빙 플레지의 기부서약자는 5년이 흐른 지금 세계적으로 128명의 억만장자가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기부 문화의 선봉에 나선 버핏은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1% 이상을 쓴다고 해서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나머지 99%는 다른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나는 그렇게 (기부하는 삶을) 살아오지 못했다"는 고백도 덧붙였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 기빙 플레지 홈페이지에는 기부 의사를 표시한 서약자의 명단과 함께 기부에 대한 생각과 계획을 담은 편지형식의 서약서가 공개돼 있다. 이 서약서에는 억만장자들의 삶에 대한 구구절절한 소회와 고백이 담겨있다.


기부서약에 동참한 슈퍼리치들은 기부행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기부자들이 공개한 서약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특권(privilege)'과 '책임(responsibility)'이었다. 버핏은 미국에서 백인 남성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로부터 받은 특권이었으며 그 특권을 통해 축적한 부는 당연히 사회로 되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이츠 부부 역시 기대 이상의 행운과 축복을 누려왔다며 "모든 삶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재능과 부를 현명하게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슈퍼리치들이 기부 서약 캠페인에 동참한 이유는 간명하다. 바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투자회사 칼라일 그룹의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루번스타인은 "더 많은 미국의 부자들이 감화돼 적어도 자기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를 바란다"며 "이 같은 행위는 기부해야 한다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들은 나아가 자신들의 기부행위가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나라에 널리 퍼지기를 기대했다. 이에 대한 전제로 '돈의 기부'가 단순히 부를 제한하는 의무로만 비춰지기보다는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낫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고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번스타인은 "기부활동이 불행하게도 미국에 국한돼 있다"며 "(기빙 플레지 캠페인과 같은) 노력이 다른 나라의 가장 부유한 개인에게도 초점을 맞춘다면 기부문화가 다른 모든 계층으로 확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의 바람이 통한 것일까. 초반 미국인 부호가 주축이 됐던 이 기부 운동은 차츰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2010년 4명, 2011년 1명, 2012년 8명, 2013년 17명, 2014년 2명 등 이방인(?)의 가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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