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설 연휴 굶는 아이를 위한 ‘엄마 도시락’, 집까지 직접 배달하는 사업 추진...신세계와 배달업체 '행복한 울타리' 힘 합해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부모님 없이 홀로 지내는 손주 녀석 끼니가 항상 걱정이었던 김 할머니.
보호자라곤 할머니 혼자지만 연로하신 탓에 따로 살고 있는 손주를 챙기는 일은 쉽지 않다.
평상시에는 급식카드를 사용해 가맹 음식점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지만 가맹 음식점이 대부분 닫는 명절 연휴 때면 할머니의 걱정은 배가 되곤 한다.
하지만 올해 설에는 이런 걱정을 덜게 되셨다. 직접 밥을 지어줄 수는 없지만 할머니가 막 지은 밥처럼 따뜻한 도시락을 구청에서 직접 손주 녀석 집까지 배달해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양천구(구청장 김수영)는 설 연휴가 시작하는 18일부터 22일까지 아동 급식꿈나무 카드 대상자 중 신청한 아동들에게 엄마 마음처럼 따뜻한 점심 도시락을 집으로 직접 배달한다.
이는 명절 연휴마다 반복되는 아동 급식카드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천구에서 처음 시행하는 서비스다.
급식카드를 사용하는 아동들의 경우 명절 연휴 때면 가맹 음식점 대부분이 문을 닫아 굶거나 편의점 냉동식품으로 끼니를 떼우는 등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맹 음식점에 대하여 행정기관에서 물리적으로 영업을 강제할 수는 없는 사항이었기에 안타까운 문제는 반복됐다.
이에 양천구는 민선 6기 ‘엄마의 마음으로’라는 김수영 구청장의 캐츠프레이즈처럼 ‘엄마’가 되어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음식점이 안한다면 도시락을 전해주면 되지 않을까?’라고 해결책을 찾아낸 듯 했지만 이를 실행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도시락의 질이 문제였다. 도시락 제작부터 배달까지 소요되는 비용을 계상했을 때 급식카드 지원금 4000원으로 균형잡힌 식사를 제공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여기에 설 연휴 5일동안 매일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할 업체를 찾는 문제까지 겹치면서 ‘엄마 도시락’은 생각에서 그치는 듯했다.
하지만 양천구는 행정기관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민관 협력을 통해 해결해온바 있었기에 이번에도 민간에서 실마리를 찾기로 했다.
먼저 취지에 공감한 신세계가 보온 도시락 구입비와 급식비 일부를 지원하고 나섰다.
여기에 양천사랑복지재단의 후원까지 더해지면서 1식 8000원의 품질 좋은 도시락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도시락 업체를 찾는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수소문 끝에 최소한의 실비만 받고 좋은 뜻에 동참하겠다는 도시락 전문업체 '행복한 울타리'를 찾을 수 있었다.
양천구는 이렇게 민관이 함께하는 ‘엄마 도시락 배달’ 사업을 오는 설 명절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후 만족도 조사를 거쳐 올 추석에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엄마 도시락’ 배달 후에는 보호자들에게 배달 결과를 전송하는 안심 문자 서비스까지 제공한다고 하니 올 설 연휴부터는 자식 끼니 걱정하는 부모님들 마음에 작지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구청장은 "고작 도시락 한 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이웃들의 따뜻한 정이 담겨 있다"며 " ‘엄마 도시락이 수차례 지적되었던 급식카드 이용 문제의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 도시락의 사례처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갈 계획"이라며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만드는 민관 협력으로 복지 틈새를 채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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