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13㎏, 크기 500㎜ x 700㎜ x 250㎝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운석이 그대로 떨어진다. 대기층이 없다. 울퉁불퉁한 지형은 대략 난감이다. 추울 때는 영하 170℃까지 떨어진다. 뜨거울 때는 영상 130℃로 치솟는다. 극과 극을 오간다. 달이다. 달은 인류가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늘 지구를 돌고 있는 달에 대한 인류의 탐험은 끝나지 않았다. 1969년 아폴로호가 달에 도착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달은 탐구 대상의 하나가 되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의 달 탐사를 위한 로버 모델이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 고유의 우주탐사 로버 설계안이 만들어진 셈이다.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달에 착륙 예정인 달 탐사 로버(rover)의 기술검증모델(POC, Proof of Concept)이 16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공개됐다.
달은 지면이 울퉁불퉁하고 낮과 밤의 온도차이가 300℃(-170℃~130℃)에 이른다. 고진공 상태인 극한 환경이다. 대기층이 없다. 운석이 곧바로 달 표면에 떨어진다. KIST가 이번에 발표한 시험용 로버는 이런 환경에서 탐사를 수행할 수 있는 로버의 기본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모델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개발돼 사용 중인 무인 탐사 로버는 비교적 온도 변화가 적고(-125℃~20℃), 대기층이 존재해 달보다 방사선 영향이 약한 화성의 환경을 감안해 개발됐다. 달 탐사 로버의 기술검증모델은 화성보다 극한 환경인 달의 조건을 지상에서 다양하게 설정하고 계속된 주행과 탐사 시험을 통해 실제 달 탐사 로버의 개발을 위한 기초 데이터를 수집하는 목적이다.
달의 극한 한경에서의 탐사를 위해서는 필수 요건이 있다. 우선 험한 지형에서의 주행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달 표면의 극고·극저온 환경에서 동작이 가능하도록 열제어가 쉬운 디자인으로 로버를 제작해야 한다. 달 탐사 로버 기술검증모델은 여섯 개의 휠을 이용해 안정된 주행이 가능하다. 두 개로 분리된 몸체가 체인 형태로 연결돼 있어 울퉁불퉁한 달의 지형에서도 지면과 접촉을 잘 유지하면서 안정되게 주행 할 수 있다. 이런 로버 설계는 KIST에서 개발돼 실용화된 위험작업로봇 롭해즈(ROBHAZ)의 수동형 더블트랙 설계(passive double-track mechanism)을 응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달 표면의 극저온·극고온 환경과 고방사선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동작을 수행 할 수 있도록 구동 시스템인 모터와 제어기를 최대한 하나의 단일 몸체로 제작했다. 내부 열 제어 시스템이 최대한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운용되도록 했다. 또 진공도가 높은 달 환경을 고려해 고체 윤활제를 적용한 로버용 베어링의 설계·제작과 박막 코팅 기술을 함께 개발해 달 탐사 로버 구동부 개발에 핵심이 되는 우주환경 윤활 기술을 확보했다. 진공의 환경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액체 윤활제가 들어간 베어링의 활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체 윤활제는 우주 시스템 개발을 위한 중요한 핵심 기술이다.
최종 로버의 무게는 20㎏ 수준이기 때문에 탑재 예정 장비의 무게 약 7㎏을 감안해 현재 개발된 로버의 무게는 13㎏으로 만들었다. 로버의 크기는 500㎜ x 700㎜ x 250㎝이다. 등판각 30도, 최대 이동속도는 초속 4㎝ 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달탐사연구사업추진단(단장 강성철 박사)이 개발했다. 로버 기술검증모델 개발의 연구책임자인 이우섭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시제품은 한국형 달 탐사 로버의 개발을 위한 초기 모델"이라며 "지금까지 축적된 우리나라의 필드 로봇 기술을 활용해 빠른 시간 안에 한국 고유의 로봇과 극한환경 로봇 기술로 월면(月面)을 다니면서 탐사를 수행하는 로버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부에서 주관하는 출연연 협력 융합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된 달 탐사 로버 기반 연구과제의 결과물이다. 달 탐사 로버분야의 융합연구에는 KIST를 비롯해 항우연, 생기원, 건설연, 재료연, 자동차부품연구원 6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달 탐사 모델 로버 개발 등이 성과를 내고 있는데 정작 올해 정부는 달 탐사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관련 예산은 '0'이다. 이에 따라 2020년 달 탐사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술 개발과 함께 정부 예산이 뒷받침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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