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단 한번도 인체 감염 사례 없다…안심해도 좋아"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보시는 것처럼 손님이 없어요. 보통 아이들에게 선물용으로 새를 사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경기도 좋지 않은데다 AI까지 터져버리니 일부 '새 매니아'들 외에는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며 관련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서울시 중랑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H5N8 AI 바이러스가 발견되며 시민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기불황 여파에 신음하는 애완조류 상인들은 설상가상으로 찾아 온 AI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12일 오후 2시께 찾은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 애완 조류(鳥類)시장. 입춘(立春) 이후 낮 기온이 오르면서 비교적 포근한 날씨였지만, 거리에는 손님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상가 앞 청계천에는 방역차가 지나며 희뿌연 소독약을 곳곳에 뿌리고 있었다.
상인들은 대화를 건네기 힘들 정도로 위축돼 있었다. AI와 관련된 말 한마디라도 퍼져나갈 경우 더욱 시장이 침체될 것이란 걱정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시장에서 20년 째 애완조류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A씨는 "장사도 안 되는 데다 AI로 시장 분위기가 한껏 예민해져 있다"며 "수년 전부터 장사가 어려워지며 몇몇 가게들이 문을 닫았는데 이번 AI사태로 더 어려워질까 걱정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청계천 조류시장에는 9곳의 조류도매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상가 임대료 상승에 불황까지 겹치면서 3곳이 문을 닫았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차에 AI 확산에 따라 조류시장이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앞서 6일 서울시는 AI가 검출된 중랑천에서 반경 10km 이내 지역을 예찰지역으로 지정, 지역 내 62곳에 있는 2077마리의 가금류와 가축분뇨ㆍ껍질ㆍ알 등의 이동을 제한했다. 이 때문에 시장 상인들은 최근 애완조류를 판매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12일 애완조류 등에 대한 이동제한이 해제되면서 다시 판매는 재개됐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시장 어귀에서 만난 김은영(27ㆍ여)씨는 "얼마 전 기르던 새가 세상을 떠나 새로 한 마리를 분양받으려고 했는데 부모님께서 AI가 옮으면 안 된다며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하셨다"며 "당장은 어려우니 마음이나 달랠 겸 시장구경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지나치게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31년째 애완조류 도매상을 하고 있는 상인 B씨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사육되고 있는 애완조류에서 AI가 검출된 전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상인 C씨도 "종로구에서 나와 주 3회씩 와서 가게 곳곳을 소독하고 점검한다"며 "지금까지 한 번도 바이러스 등으로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진경선 시 수의공중보건팀장은 "애완조류의 경우 AI 바이러스 가능성이 거의 없는 데다 설 연휴를 맞는 상인들을 고려해 12일부터 애완조류에 대한 이동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며 "2003년 고병원성 H5N8형 AI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검출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체 감염 사례가 나타난 적이 없는 만큼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