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코스트코가 갈라섰다. 미국의 대표적 신용카드사와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의 선두주자인 두 회사는 지난 16년간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다. 양측의 독점계약으로 코스트코 매장에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신용카드(아멕스카드)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양사가 독점 계약을 연장하는 협상에 실패했으며 앞으로 관계를 청산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밀월을 파국으로 만든 원인은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측은 "그동안 코스트코가 다른 업체에 비해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의 수수료만을 지불해왔다"고 밝혀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며 줄다리기에 들어가자 코스트코가 아예 결별 통지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코스트코 측은 언론에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실제로 코스트코는 새로운 파트너로 '캐피털 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피털 원은 신용카드업계의 후발주자로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급부상하고 있는 업체다.
코스트코란 대어를 놓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당장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코스트코 관련 매출은 전체 신용카드 매출의 8%에 달하고 전체 회원 카드 중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때마침 블룸버그통신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가 한때 미국 부유층의 상징물이었지만 최근 들어 백만장자 회원들이 대폭 빠져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최근 4000명 규모의 감원계획도 내놓았다.
이 같은 위기감은 주가로 곧바로 반영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가는 6.43%나 떨어졌다. 경쟁사인 비자 카드의 주가가 1.85%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이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됐다.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식 1억5000만주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시가로 120억달러(13조196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날 주가 하락으로 8억5000만달러가 허공에서 사라진 셈이다.
공교롭게 버핏은 코스트코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버핏의 오른 팔로 불리는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은 코스트코의 이사진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버핏의 코스트코 보유주식은 340만주로 시가로 10억달러 정도에 머무른다.
미국 언론들은 버핏의 코스트코 투자가 이번 결별 과정에선 별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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