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조현아 ‘1년’ 선고받은 이유 들어보니…“마음의 문 열고 사죄”
[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오성우)가 12일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안전운항 저해 폭행,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업무방해, 강요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녹색 수의에 굳은 표정으로 재판장에 들어왔다. 재판장으로 입장한 뒤 앉아야 하는지 서있어야 하는지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리기도 했으나 이내 고개를 숙이고 귀 뒤로 넘겼던 머리카락을 빼내 얼굴을 가렸다.
오 판사는 "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이해했다면 (승무원과 사무장 등을) 노예처럼 부리지 않았을 것이고, 승객들을 이해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며 "견과류 제공 서비스와 연관해 (사무장을) 하기한 것은 승객 안전을 볼모로 한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건의 발단이 매뉴얼 위반으로 얘기한 것으로 봐서 진정한 반성이 있나 싶다"며 "박창진 사무장과 김 승무원의 고통의 무게가 (조 전 부사장의 고통보다) 더 무겁다"고 강조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이 제출한 반성문의 일부를 공개했다. 재판부가 반성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조 전 부사장은 눈물을 훔치며 어깨를 들썩였다.
조 전 부사장은 반성문에 "모든 일이 제 탓이고 제가 정제도 없이 화를 표출해 여과 없이 드러냈다"며 "김 승무원과 박 사무장에게 내리라 해 마치 그 비행기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 같은 모멸감을 줬다"고 적었다.
이어 "왜 화가 났는지는 변명이 될 수 없고 중요한 건 어린 김모 여승무원의 상처, 박창진 사무장의 모멸감"이라고 썼다.
반성문에서 조 전 부사장은 "(그날) 내가 화를 다스렸다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날 아무 일 없었더라면, 박 사무장이 언론에 말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렇게 회사를 놓아버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치소 안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전했다. "제가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낯선 이로부터 타인의 손길을 고맙게 여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 든다"며 "30일 동안 구치소에서 내게 주어진 건 두루마리 휴지와 수저, 비누, 내의 양말 두 켤레가 전부"라고 적었다.
또 "물품 구매가 쉽지 않았는데 주위 분들이 샴푸와 린스를 빌려주고 과자도 내어주어 고마웠는데 더 고마웠던 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게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은 구치소 동료들끼리 비빔국수를 특식으로 만들어 먹은 이야기를 적으면서 "스스럼없이 남들과 어울리고 옳고 그름이 분명하지만 나무라고도 빨리 잊는 화통한 상사가 되고 싶었다"며 "(구치소에서) 반성하고 타인에게 정을 베푸는 걸 아는 사람이 되고 있다"고도 썼다.
재판부는 반성문을 공개한 뒤 "조 전 부사장의 반성문을 보면 반성하는 걸로 보인다"며 "사건이 발생했을 무렵 조 전 부사장은 타인에 대한 마음의 문이 닫혀있었다고 했었는데 이제라도 타인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고 사죄한 점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박 사무장과 김 승무원의 경우도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닫힌 마음의 문을 조금 열면 박 사무장이 얘기한 바와 같이 대한항공이 발전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선고를 앞두고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모두 6차례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함께 기소된 여모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에 대해서는 징역 8월이, 김모 국토교통부 조사관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JFK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서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20여분간 승무원들에게 폭언·폭행 등 난동을 부리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것)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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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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