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일명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대가성 금품을 챙긴 검찰 수사관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강해운)는 사채업자 최모(61·구속기소)씨로부터 사건 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수사관 김모(56)씨 등 2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돈을 건넨 최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직접 뒷돈을 전달한 최씨의 내연녀 한모(58)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 지역 검찰청 소속인 김 수사관은 2009년 9월 최씨로부터 '공갈 혐의로 진정서를 접수한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차례에 걸쳐 2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마약 및 사기도박 등의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자 당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던 정모씨에게 10억원을 건넨 뒤 진술번복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씨가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법정에서 다르게 증언하자 최씨는 공갈 혐의로 검찰에 정씨에 대한 진정을 넣었다. 최씨는 정씨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해당 사건을 맡고 있던 수사관 김씨에게 접근해 뇌물을 전달했다.
한씨는 자신의 집 금고에서 현금을 500만원씩 꺼내 이를 최씨와 수사관들이 있는 특정 장소까지 운반하는 형태로 범행에 가담했다.
함께 기소된 또 다른 수사관 김모(47)씨는 다른 검찰청에서 수사 중인 사건을 잘 봐주고 진행상황을 알려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9년 4월과 2011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1500만원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검찰청사 현관에서도 뒷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이들 수사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자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2008년 최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된 또다른 수사관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불기소 처분했다.
한편 법관징계위원회는 최씨로부터 2억6864만원의 뒷돈을 건네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민호 수원지법 판사(43)에 대해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정직 1년의 역대 가장 높은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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