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당국이 중국 주재 외화벌이 일꾼에게 "남한 사람들을 만나면 회피하지 말고 유연하게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9일(현지시간)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최근 중국주재 공관을 통해 '남조선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굳이 회피할 것은 없다. 대신 빨려 들지는 말고 유연하게 대응하라'는 훈령을 무역주재원들에게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한 대북 무역상인은 "북조선 공관이 이 같은 훈령을 내린 것은 상거래 건수가 있으면 남한사람과도 적극 임하라는 뜻"이라고 풀이하고 "중국에 주재하고 있는 무역 주재원들은 이미 암암리에 남한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상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 같은 상황을 북조선 당국이 모르는 척 눈감아주고 있다가 아예 무역주재원들의 숨통을 틔워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무역 상인은 "중국업체의 물량을 받아 북조선에서 임가공을 하고 있는 봉제품의 절반 이상은 남조선에서 발주한 물량"이라면서 "중간에 중국 업체가 끼어있기 때문에 남이나 북에서 공히 문제를 삼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는 북한 당국이 북조선 주재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남조선업체의 상거래 건수를 수주하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막상 이런 훈령을 받은 무역 주재원들은 극도로 몸을 사리면서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소식통들은 "주재원들도 공관의 훈령이 무슨 뜻인지 짐작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남조선 사람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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