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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北 여자 마라톤, 혜성·혜경 자매가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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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북한 여자 마라톤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쌍둥이 마라토너’로 화제가 된 김혜성-혜경 자매 가운데 동생인 김혜경이 아시아마라톤선수권대회를 겸해 이날 홍콩에서 열린 2015년 홍콩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31분46초로 정상에 올랐다. 북한 선수로는 2008년 대회 김금옥 뒤 두 번째 우승이다. 이 대회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공인하는 두 번째 등급인 실버 라벨이어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진 않는다. 하지만 최근 4년 사이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우승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선수가 정상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여자 마라톤 세계 최고 기록이 1980년대 중반 우리나라 남자부 기록과 맞먹는 2시간15분25초(폴라 래드클리프 영국)이고, 아시아 최고 기록도 2시간19분12초(노구치 미즈키 일본)인 가운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 대회에서는 2시간 20분대 기록을 내야 입상을 바라볼 수 있어 2시간30분대 기록은 썩 좋은 게 아니다.

그러나 IAAF는 “김혜경이 올해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며 “베이징 대회에서 메달 획득에 성공하면 1999년 세비야(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정성옥 뒤 처음으로 북한의 세계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록이 무엇보다 중요한 육상경기에서 IAAF의 전망은 다소 이른 감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성옥의 사례를 보면 IAAF의 전망을 과소평가할 수도 없다. 정성옥은 김혜경과 같은 22살에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출전해 2시간35분31초로 20위에 그쳤다. 하지만 3년 뒤 2시간26분59초의 좋은 성적으로 일본의 이치하시 아리를 3초차로 따돌리고 세계선수권자가 됐다. 이 기록은 당시 북한의 최고 기록이다.


2013년 8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김혜경은 8위, 언니 혜성은 13위로 들어왔다. 자매 모두 2시간30분대를 찍었지만 3위인 일본의 후쿠시 가요코까지만 2시간 20분대였고 4위부터는 2시간 30분대였다. 그리고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김혜경은 7위, 혜성은 9위로 골인했다. 역시 2시간30분대였다. 케냐 출신의 귀화 선수 은니스 키루와(바레인)는 2시간25분37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마라톤의 경우 2시간20분대 기록을 갖고 있어야 어느 대회에서든, 시쳇말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것이다.’ 김혜성-혜경 자매는 국제 대회에서 아직 2시간20분대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김혜경은 지난해 평양마라톤대회에서 2시간27분5초로 우승했다. 북한 여자 마라톤의 경기력을 보면 20대 초반인 이들이 곧 국제 대회에서도 2시간20분대 기록을 작성하고 입상권에 들 가능성을 결코 낮게 볼 수 없다.

북한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 마라톤 대회인 평양 대회 여자부에서는 1996년 대회에서 김창옥(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20위)이 2시간27분2초로 우승한 뒤 꾸준히 2시간20분대 기록이 나오고 있다. 2007년 대회에서 정영옥(2007년 방콕 유니버시아드대회 하프 마라톤 동메달리스트)이 세운 2시간26분2초는 북한의 역대 2위 기록이다.


여자 마라톤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때 처음 올림픽 정식 세부 종목이 됐다. 북한은 로스앤젤레스 대회와 1988년 서울대회를 건너뛴 뒤 일본의 아리모리 유코가 은메달을 차지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 처음 출전해 문경애가 6위에 입상했다. 나쁘지 않은 올림픽 데뷔전이었다. 아리모리가 동메달을 차지한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는 3년 뒤 세계선수권자가 되는 정성옥이 20위, 김창옥이 26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다카하시 나오코가 금메달을 획득한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는 2년 뒤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승하는 함봉실이 8위, 정성옥이 20위, 김창옥 28위로 골인했다. 함봉실은 이 대회에서 2시간27분7초의 수준급 기록을 세웠는데 2002년 평양마라톤대회에서 작성한 2시간26분23초는 북한의 역대 3위 기록에 해당한다.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이봉주와 함께 ‘봉봉 남매’로 불린 함봉실은 2002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5000m와 1만m에서 2관왕에 오르고 2003년 파리에서 벌어진 제9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에서 2시간25분31초의 북한 역대 최고 기록으로 5위에 입상하는 등 2000년대 초반 아시아 최고 수준의 장거리 선수로 활약했다.

일본의 노구치 미즈키가 금메달 레이스를 펼친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는 정영옥이 21위, 조분희가 56위로 들어왔고, 함봉실은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김금옥이 12위, 정영옥이 36위. 조분희가 38위를 기록했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김금옥이 49위, 전경희가 56위, 김미경이 74위로 들어왔다. 정성옥, 정영옥, 함봉실 외에도 2000년대 이후 북한에서는 김미경이 2시간26분32초, 김금옥(2007년 방콕 유니버시아드대회 하프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이 2시간26분52초, 조분희가 2시간27분22초, 표은숙이 2시간28분34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수립하는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저변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예인 김혜성-혜경 자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오늘도 열심히 ‘백공오리’를 달리고 있을 자매의 성장세가 주목된다. ‘백공오리’는 낯선 말인데 조금만 생각하면 그 뜻을 알 수 있다. 마라톤 풀코스는 42.195km인데 이는 대충 105리다. 한국에서는 ‘백오리’라고 읽지만 북한에서는 ‘백공오리’로 읽는다고 한다. 한국과 북한은 숫자를 읽는 법이 다소 다르다. ‘백공오리’는 북한에서 마라톤의 또 다른 이름이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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