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흑인 최초의 PGA 멤버' 찰리 시포드(92)가 세상을 떠났다는데….
미국 골프채널은 4일(한국시간) "골프계의 인종 차별 벽을 허무는데 앞장섰던 찰리 시포드가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시포드가 바로 흑인골퍼들에 대한 '고난과 핍박의 역사'를 극복한 산 증인이다. 끝없는 저항 끝에 1960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백인만이 PGA투어 멤버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을 바꾸는데 성공했고, 정식으로 투어카드를 획득했다.
물론 기량도 출중했다. 1949년부터 1984년까지 총 494경기에 등판해 1967년 그레이터 하트포드오픈에서 흑인 최초의 PGA투어 우승을 일궈내는 등 2승을 포함해 '톱 10' 진입이 무려 51차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온갖 위협이 이어졌다. 시포드는 자서전을 통해 "백인들이 밀집한 남부지역에서는 살해 협박의 공포를 느꼈을 정도"라고 회고했다. '미국 골프계의 마틴 루터 킹'이라는 애칭이 붙은 이유다.
2004년 흑인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백악관에서 대통령 자유훈장까지 받았다. "미국의 새 장을 열고, 세계의 변화를 위해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목에 메달을 걸어줬다. 시포드는 "어떤 메이저 우승컵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며 "위대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공식석상에서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됐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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