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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버핏인가]7. 50년 분석한 IBM서 4兆 날렸다…승부는 끝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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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7. 투자 성적표

변하지 않는 소비주 사랑
금융주도 주요 투자 종목
잘 모른다던 IT주에도 관심

[왜 지금 버핏인가]7. 50년 분석한 IBM서 4兆 날렸다…승부는 끝난 걸까 워런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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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주상돈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워런 버핏은 '주식 부자'다. 745억달러(약 80조원)에 달하는 개인자산의 대부분을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으로 가지고 있다. 1988년 버핏이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자아는 버크셔 해서웨이 안에 녹아 있다. 이 회사의 주식가격에 내 인생 전부를 연동시킬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버크셔 해서웨이는 곧 버핏이다.

버핏은 훌륭한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서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선택한 회사들은 긴 언덕을 지나는 동안 얼마나 크고 단단한 눈덩이(미래 가치를 보고 장기투자하는 것을 버핏은 눈뭉치가 눈덩이가 되는 것에 비유했다)가 됐을까. 지난 20년 동안 버핏이 꾸준히 그 주식을 보유한 기업들을 살펴봤다.
 
◆버핏 사로잡은 '코카콜라'= 버핏의 콜라 사랑은 유별나다. 어린 시절 콜라를 팔아 돈을 벌기도 했고 커서는 정장 차림의 진지하고 엄숙한 자리에서도 술 대신 콜라를 마셨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펩시콜라가 아니면 마시지 않던 버핏은 1980년 중반 이후부터는 코카콜라만 마신다. 1985년 출시한 코카콜라의 '체리 코크'가 펩시콜라에 체리 시럽을 넣어 먹던 그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투자는 버핏의 투자 원칙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음료를 만들어 파는 '단순한 기업으로 이해하기 쉽고' 1886년부터 128년간 업을 유지하고 있는 '역사가 긴' 기업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식료품과 소비재 주식을 좋아하는 버핏이지만 코카콜라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더 있다. 버핏은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에 주목했다. 탄산음료를 만드는 세계적인 종합음료기업인 코카콜라는 미국식 소비 자본주의의 아이콘이자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버핏은 이 독보적인 브랜드 지위를 가진 코카콜라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 낸다고 봤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사인 인터브랜드는 매년 전 세계 수백 개 브랜드의 자산 가치를 평가해 상위 100개 목록을 만드는데 2001~2012년까지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코카콜라다. 2013년부터는 애플과 구글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인터브랜드는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를 815억6300만달러(약 89조4000억원)라고 분석했다.


사실 버핏은 체리 코크에 빠져들기 이전부터 코카콜라 주식투자를 고려하고 있었다.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 미국 증시가 대폭락했다. 그 이듬해에는 펩시콜라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코카콜라가 38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회가 왔다. 값싼 '담배꽁초(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버핏은 이렇게 불렀다)'는 아니었지만 몇 년 동안 코카콜라를 연구한 버핏은 이 회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알았다. 버핏은 투자를 결정했다.


버핏의 행동은 은밀하고 신속했다. 그해 말까지 버크셔 해서웨이는 6억달러(약 6580억원)를 투자해 코카콜라 주식 1400만주 이상을 매입했다. 주주들도 몰랐다. 주주들은 1988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장에 나온 음료수가 코카콜라 제품으로 바뀌었다는 것만 알았다. 버핏의 주식 매수가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의 선택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버핏에게 주식거래 내용을 1년간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허락했기 때문이다. 1989년 3월에야 버크셔 해서웨이가 코카콜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투자자들에게 알려졌다. 이때 뉴욕증권거래소는 코카콜라 주식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지시키기까지 했다.


버핏은 이후에도 코카콜라 주식을 꾸준히 매입했다. 코카콜라는 수차례 액면분할되기도 했는데 지난해 9월 말 현재 그가 보유한 코카콜라 주식은 총 4억주, 지분율은 9.1%에 이른다. 총 투자금액은 12억9900만달러(약 1조4243억원). 보유 주식의 시가평가액이 171억달러(약 18조7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버핏이 약 25년 동안 코카콜라라는 '눈덩이'를 굴려 얻은 수익률은 1216.4%에 달한다. 여기에 매년 주당 2~3% 수준의 높은 배당수익은 덤이다.


◆웰스 파고, 그리고 아멕스= 금융주는 버핏이 소비주와 함께 선호하는 주식이다. 버핏은 20여년 넘게 코카콜라와 함께 은행인 웰스 파고와 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를 포트폴리오 상위 종목에 올려뒀다.


10년 전인 2005년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주식의 시가평가 총액으로 따질 때 코카콜라(81억달러)와 아멕스(78억달러)에 이어 3위를 차지하던 웰스 파고(60억달러)는 2007년 코카콜라에 이어 2위로 올라선 뒤 2012년에 코카콜라를 넘어섰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웰스 파고의 평가액은 241억달러(약 26조4184억원), 코카콜라는 171억달러(약 18조7450원)였다.


웰스 파고는 시가총액 기준 미국 최대 은행으로 버핏이 왜 이 종목을 좋아하는지는 주가만 봐도 알 수 있다. 199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웰스 파고는 8.2달러에서 54.8달러로 568% 뛰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약 150% 오르는 데 그쳤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웰스 파고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시기는 1989년 무렵. 그해 말 웰스 파고는 주당 2.8달러 수준이었다. 버핏은 이듬해인 1990년까지 총 2억8940만달러(약 2172억원)를 투자해 웰스 파고 주식 500만주를 매입했다.


그는 1989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웰스 파고 지분 인수는 좋은 주식을 적정 가격에 매수하는 사례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당시 그는 "놀라운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는 것이, 적정한 기업을 놀라운 가격에 사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그리고 버핏이 포트폴리오 상위 종목에 있는 아멕스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1963년. 버핏은 당시 콩기름 스캔들에 휘말려 곧 쓰러질 것 같은 아멕스에 투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3년까지 아멕스에 12억8700만달러(약 1조4108억원)를 투자해 1억5161만주를 가지고 있고 이 주식의 시가평가액은 137억5600만달러(약 15조793억원)에 달한다.


◆최근 버핏의 바구니에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매년 연례보고서에 보유주식의 시가평가액 상위 종목을 공개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2013년 연례보고서에는 웰스 파고, 아멕스, 뮌헨 리, US뱅코프, 골드만삭스, 무디스 등 6개의 금융 관련주와 코카콜라, 월마트, P&G, 테스코, 필립스66 등 필수소비재 관련주 5개가 포함돼 있다. 보유한 금융주의 총 시가평가액은 482억5500만달러(약 52조8970억원)로 전체의 49.4%에 달했고 필수소비주는 285억2600만달러(약 31조2700억원)로 29.2%를 차지한다.


버핏의 포트폴리오에는 여전히 금융과 필수소비재 관련주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낯선 이름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IT(정보기술)를 잘 모르기 때문에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그의 포트폴리오에 IT주의 대표 격인 IBM과 정유업체 엑손모빌이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가평가액 규모는 2013년 말 기준 각각 127억7800만달러(약 14조72억원)와 41억6200만달러(약 4조5623억원)에 달한다.


버핏은 2011년 기업보고서를 통해 그해까지 108억5600만달러(약 1190억원)를 들여 6390만주(5.5%)의 IBM 주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IBM은 단숨에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종목 중 코카콜라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종목이 됐다. 이후 버핏은 2013년 IBM의 지분율을 6.3%로 높혔다.


IBM투자가 알려진 당시 버핏은 CNBC에 출연해 "나는 지난 50년 동안 한 해도 빼놓지 않고 IBM의 연차보고서를 읽었다"며 "대기업인데 IBM처럼 향후 계획을 세우고 이 목표를 잘 이룬 회사는 없는 것 같다"고 투자 이유를 말했다. 잘 모르는 기술분야의 주식을 취득하는 데 무려 50년의 세월을 투자한 셈이다.


2013년에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의 주식을 대거 사들여 그해 말 기준 약 4113만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37억3700만달러(약 4조964억원)에 이르는 투자 규모다. 전문가들은 버핏이 저평가된 덩치 큰 기업에 투자하는 원칙이 적용된 결과로 풀이했다.


하지만 버핏은 IBM 때문에 체면을 구겼다. 지난달 21일 IBM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다. 11분기 연속으로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IBM의 주가 급락에 버핏은 30억달러(약 3조2533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주가 급락 때도 버핏은 9억1650만달러(약 1조46억원)를 잃었다.


IBM의 주가 급락에 수조 원을 날린 '투자의 귀재'는 체면을 구겼지만 아직 IBM의 투자 성패를 판단하긴 이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것인지, 아직 충분히 긴 언덕을 지나지 않은 때문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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