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세법개정안 논의할 때 기자들 잡고 하소연 했습니다. 왜 세금 올리는데 보도하지 않냐고."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자 대뜸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가 억울해 하는 것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개정 세법 때문이다. 여당이 최근 온 국민을 들끓게 했던 연말정산 '폭탄'이 야당과 합의했다고 밝힌 것에 분노를 드러낸 것이다. 당시 세법 심의에 참여했던 홍 의원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밀어붙인 결과"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세법 관련 토론회에서 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향해 "평소 유연한 사고를 가지신 분이 2013년 세법 개정안 통과시킬 때는 전혀 유연하지 않았다"고 공개석상에서 비판을 날린 것도 여당에 대한 분노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홍 의원은 "2013년 12월 31일 기획재정부에서 세법을 논의 할 때, 이번 세재개편안은 부자증세 철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 봉급쟁이들에게 세금 부담을 급격하게 늘리는 불공평한 세재개편안이다. 잘못된 세재개편임을 분명하게 밝힌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이 연말정산 책임공방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홀로'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내 경제전문가가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새누리당에는 경제학 박사, 교수ㆍ연구원, 경제 관료, 기업인 출신 등 경제 전문가로 분류할 수 있는 의원이 어림잡아도 20명을 훌쩍 넘는다. 특히 세법을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경우 여당 경제통은 8명이지만 야당은 홍 의원 1명뿐이다. 홍 의원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으며, 가천대 교수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연구소장을 지냈다.
좌클릭 성향 때문에 경제정책 대안을 제시할 때마다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지난해 신혼부부에게 임대 주택을 한 채씩 공급하자는 아이디어는 여당을 중심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으며 대기업들의 면세점 진출을 억제하는 '관세법 개정안'도 발의해 주목받기도 했다.
홍 의원은 연말정산 파동을 계기로 아예 세법 심의 과정을 손질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각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는 공개가 기본인데, 합의로 비공개를 의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홍 의원은 이런 법안심사소위의 '빗장'을 열어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힘없는 서민, 중산층,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법안심의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설득할 예정이다. 세수추계와 납세자 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세법을 간소화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한다.
하지만 비례대표인 그에게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는 "금년에는 사실 세법심의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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