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공사화 검토…최광 이사장 반대의사 내비쳐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을 독립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어 내 공사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기금운용투자공사(가칭)를 둘러싸고 이해관계자들 간 힘겨루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는 전문적인 기구가 필요하며, 현재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험료를 거두고 연금을 지급하는 등 국민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것과 적립기금을 투자하는 것은 성격상 전혀 다르다"며 "(기금운용본부 공사화가)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복지부로서는 전문적 투자기구가 생기더라도 연금제도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며 "연금제도 따로, 기금운용 따로 정부 관리부처를 달리해서 가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기금운용투자공사가 기획재정부 산하로 들어가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금투업계에서는 부처 이기주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운용본부 독립의 근거로는 국민연금 제도 운영과 기금운용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공사 관리에 대한 부분에서는 연금제도와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아니냐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해외에서 아직까지 투자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단순히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킨다고 해서 경쟁력이 강화될 거라는 건 탁상행정"이라며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내려보낼 게 아니라 영국 런던 등 금융중심지로 옮겨 글로벌 투자 경쟁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도 지난 2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금운용본부 독립에 대한 반대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은 장기적으로 볼 때 전세계 7대 연기금 중 가장 높다"며 "기금운용본부의 인력과 조직을 공사 수준으로 끌어올려 투자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2000년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2013년까지 14년간 평균 수익률은 6.33%로 전세계 주요 연기금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요 연기금의 수익률은 미국 캘리포니어공무원연금(캘퍼스) 5.45%,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 5.29%, 캐나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5.22%로 국민연금보다 모두 1%포인트 가량 낮았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의 수익률도 우수하며 향후 조직 확대를 통해 공사 못지않게 키우겠다는 게 최 이사장의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간에 기금운용본부 독립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등 여당 의원 10명은 2012년 7월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전환하고 기금운용위원회도 공사 내부에 속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반면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야당 의원 11명은 같은 해 11월 공사를 분리하지 않고 사회·환경·윤리적 요소를 고려해 적정 수익을 도모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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