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수많은 신인 배우들이 쏟아지는 요즘, 눈에 띄는 연기자 한 명이 등장했다. 영화 '어우동-주인없는 꽃'에서 성종을 연기한 배우 유장영이다. 유장영은 배수빈 박시연 주연의 드라마 '최고의 결혼'에서 얼굴을 비췄지만 비중이 크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 영화를 통해 완벽히 존재감을 입증하며 갈고 닦아온 연기력을 뽐냈다. 패기 넘치는(?) 베드신 역시 많은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난 유장영은 감독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면서 "베드신을 어찌 생각하냐고 묻더라. 작품이 좋고 뚜렷한 색이 있으면 얼마든지 벗을 의향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크랭크인 10일 전 뒤늦게 합류했다. 제작진과의 미팅 후 설레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며 대본을 품에 안고 잠이 들었단다. 이후 출연 확정 전화를 받고 유장영은 날아갈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부담감도 있었다.
"늦게 들어간 자체만으로도 부담감이 큰데, 왕은 작은 배역이 아니니까 대본을 보고 놀랐죠. 아직까지는 늘 전전긍긍하면서 주어진 배역은 작은 거라도 열심히 하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 앞에 왕 역할이 나타난 거니 부담이 많이 됐어요."
지금껏 많은 배우들이 연기해왔지만, 그래서 더욱 왕 역할은 쉽지 않았다. 촬영 전 많은 고민과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했고, 유장영 만의 성종을 만들어나갔다.
"왕은 그 시대에서 제일 위에 있는 인물이고, 그걸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이병헌 선배님의 '광해'나 드라마 '인수대비' 등을 보면서 캐릭터에 대해 궁리했죠. 왕은 늘 불안하고 초조하고 외롭고 고독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초점을 맞췄어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영화에서는 다소 심각하지만 실제 유장영은 긍정적 마인드로 똘똘 뭉친 남자라는 점이다. 눈꼬리가 쳐지고 입은 올라가 있는 전형적인 '웃는 상'이다.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말을 믿으며 사는 사람이기도 하다.
"원래 긍정적인 성격이에요. 감사하다는 표현을 좋아해요. 가식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전 그 말이 좋아요. 아낄 필요가 없죠. 이 표현은 할수록 좋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어요. 하지만 상대가 절 고마워하길 바라진 않아요. 그러면 서운함이 생기니까."
놀라울 정도로 밝고 건강한 마인드를 지닌 그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힘든 시간도 있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고, 배우가 되겠단 꿈을 지닌 채 무작정 상경했다. 10년이 되어가는 지금, 비중이 크지는 않아도 좋은 작품들을 만나며 유장영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배우들은 비춰지는 직업이다 보니까 늘 조심스럽고 그런 부분이 있어요. 화려한 거에 매료되서 좋아하고 웃고 우는데, 그 뒤엔 말 못할 그림자가 있죠. 그런데 그림자 때문에 빛은 더 화려해지는 거잖아요. 책임감과 외로움이 공존하는데, 숙명이니 기분 좋게 받아들여야죠."
물론 배우로서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유장영은 그 때마다 일일이 하소연하지는 않는다. 혼자 이겨내는 법을 터득했고, 애써 웃다보니 미소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특히 가족을 생각하면 없던 힘도 절로 생긴다.
"가장 가까운 게 가족이잖아요. 제가 배우 생활하는 것을 지금도 어머니가 반대하세요. 사실 전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데 그게 없을 때 무너지기도 하죠. 누구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이기 때문에 가끔 저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답답해할 때 많이 힘들어요."
유장영은 감정을 컨트롤할 때 혼자 걷는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던 시절에도 서너 시간씩 걸어다녔다. 힘들 때 아무 생각 않고 걸으면서 눈앞에 보이는 것들만 보면서 간단다. 그는 인생도 길과 같다고 생각한다. 멀리 볼수록 저 길을 언제 갈지 조바심과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당장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저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후회 없이 살자'에요. 아쉬움은 남더라도 후회는 없이 살고 싶어요. 그리고 좀 더 가치 있게 살고 싶고요. 어떤 일을 하던 매번 좋을 순 없으니까 기뻐도 슬퍼도 후회하지 않고 살아가려고 해요. 앞으로 더 좋은 연기로 대중들과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맑은 이미지와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인상적이었던 유장영. 그를 만나고 나니 기자의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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