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現상황에서 귀담아 들어야할 버핏 발언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과거에 세율이 최고점이었을 때도 내 주변의 부자들은 투자를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도 저와 제 부자 친구들은 늘 제외해줬다. 저희들은 의회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다. 이제 정부가 고통분담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워런 버핏)
새해 벽두부터 연말정산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결국 실질적으로 세금이 늘었다는 불만으로 이어지면서 증세 논란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물론 증세 논란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국가가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저항을 온전히 잠재우기는 불가능하다. 세금을 더 부담하는 계층의 저항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갑부 워런 버핏의 고백은 다시 한번 곱씹어볼 만하다. 그는 2011년 자신의 세금부터 더 거둬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2000년 초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부자감세안을 추진했을 때 반대 입장을 드러낸 이후 약 10년 만에 부자증세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버핏이 부자증세를 주장한 배경은 투자를 통한 소득비중이 높은 최상위 부자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그는 벌어들인 소득의 17.4%를 세금으로 낸 반면 그의 직원들은 소득의 33%가 넘는 세금을 내고 있다며 부자감세론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자본이득세율이 최대 15%에 불과한 것은 근로의 대가로 받는 근로소득세율이 최대 35%인 점과 비교해봤을 때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고, 세계 최고의 부자의 입에서 나온 부자증세 발언에 미국 국민의 95%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버핏의 주장은 이른바 '버핏세(Buffett Rule)'라고 불리며 오바마 대통령의 5가지 과세원칙 중 하나에 포함됐다. 이 원칙을 기초로 자본이득세율은 최대 15.0%에서 23.8%로 높아졌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들어 고소득계층의 소득세율 인상을 포함해 2차 자본이득세율인상(최대 28%)을 추진하고 있다. 부자증세를 앞세운 오바마의 세수확대 노력의 성패를 가늠하기는 아직까지 어렵다.
분명한 것은 어느 나라나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인데, 미국의 경우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 덕에 부의 재분배와 효율적 조세정책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는 점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캐리커쳐=이영우 기자 20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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