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선박·원화 하락에 활력
맥쿼리도 67% 상승 전망
국내증권사와 상반된 평가
계열증권사도 투자의견 하향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유가 하락 직격탄을 맞은 현대중공업 주가 급반등을 예상하고 나서 주목된다. 해외 유력 경제미디어가 국내 특정 상장사를 집중조명한데다 국내 증권사들이 일제히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는 가운데 나온 분석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판은 자매지 배런스의 보도를 인용해 현대중공업 주가가 올해 35%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Hyundai Heavy Stock Could Surge 35% This Year'이라는 제목의 사설기사는 현대중공업의 현 주가수준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상태라고 평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은 오전 9시11분 현재 전일보다 4000원(3.48%) 내린 11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유가 반등에 들썩이던 주가는 이날 국제유가가 4% 급락했다는 소식에 나흘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난 10년간 현대중공업 주가가 50만원선을 넘긴 건 두차례였다. 2011년 4월 15일 최고점(55만4000원)을 찍은 뒤 4년간 하락을 거듭한 끝에 현재 10만원을 살짝 웃돌고 있다. 현 주가 수준은 장부가(순자산)에서 60% 할인된 가격이다.
WSJ는 현대중공업 주가가 하락한 원인 가운데 유가하락은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수년간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부문 수주에 공격적으로 덤벼들었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방불케 할 만큼 터무니없는 자금조달 구조도 문제였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타격을 입은 것도 이같은 방만한 기업구조 탓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해양플랜트에서 상업용 선박으로 수주 흐름을 점차 바꾸고 최근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까지 더해지면 현대중공업도 활력을 띠게 될 것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또 이같은 분위기는 결국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한국 조선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와함께 맥쿼리증권도 현대중공업 주가를 67% 상승한 17만원으로 올려잡았다. 향후 2년 안에 수요가 2014년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화물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를 감안한 것이다. 주당순이익(EPS)에 대한 월가 컨센서스는 2016년 7000원, 2017년과 2018년 각각 1만3000원과 1만6000원을 돌파할 것으로 봤다.
이같은 분석은 국내 증권가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마저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최근 '중립'으로 하향했다. 현대중공업이 조선업종 1위 기업이란 점에서 사실상 현대중공업에 대한 투자의견 하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유진투자증권, 교보증권, KTB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최근 3개월 사이 일제히 현대중공업의 목표가와 투자의견을 하향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3조2000억원의 사상 최대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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