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골리 신소정…3년전 캐나다 유학가 작년부터 주전, 실점률 공동 1위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링크에 자주 설 수 있어 행복해요."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골리(골키퍼) 신소정(25)은 '미소천사'다. 온몸이 멍투성이가 돼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생글생글 웃음으로 주위의 걱정을 달랜다. 긍정의 힘으로 도전한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캐나다 남동쪽 끝 노바스코샤 앤티고니시에 있는 세인트 프란시스 제이비어 대학(StFX대)에서 3년째 골문을 지키고 있다. 스케이트, 보호대, 마스크, 블로킹용 패드, 대형스틱 등 20㎏에 달하는 장비가 온몸을 짓누르지만 날아오는 퍽에 주저 없이 몸을 던진다.
"첫 시즌에는 애를 먹었어요. 세밀한 패스가 중심인 한국과 달리 몸싸움과 리바운드 경쟁이 치열하거든요. 전쟁터가 따로 없죠." 몸에 밴 습관도 과감히 버렸다. "버터플라이(다리를 벌려 골대 아랫부분을 막는 동작)만 해도 이전에는 재빨리 일어나서 퍽의 위치를 확인하기 바빴거든요. 그런데 어느 쪽 발로 막고 어떻게 넘어졌느냐에 따라 일어나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더라고요. 신세계를 접한 듯했죠."
신소정은 두 번째 시즌 만에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찼다. 캐나다 대학 1부리그(CIS) 열세 경기에 선발 출장해 25일까지 789분29초를 뛰며 슈팅 274개를 막았다. 리그 경기당 실점률 공동 1위(1.14), 세이브 성공률 4위(94.8%)다. 그가 나선 경기를 모두 승리한 StFX대는 3월 12일부터 시작되는 CIS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이미 동료 선수들의 부모나 친구들은 경기가 열리는 캘거리 근처 호텔에 예약을 했더라고요. 저는 와줄 사람이 없어 조금 우울해요." 그래도 신소정은 어머니 설경랑(52) 씨를 원망하지 않는다. "인천에서 토론토를 경유해 앤티고니시까지 열여덟 시간이 걸려요. 항공권 값도 비싸고요.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어요. 딸이 가사에 도움은커녕 돈을 쓰고 있으니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프로무대에 진출해 엄마의 주름을 펴드리고 싶어요."
신소정은 최근 몇몇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다음 시즌까지 마치고 프로에 도전할 생각이다.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한다. "아이스하키와 관련한 스트레스는 크게 줄었는데 링크 밖 생활에 적응이 덜 됐어요. 외로울 때가 많아요. 특히 아플 때요. 주변 의료시설이 모두 공공기관이라서 치료를 한 번 받으려고 해도 몇 주를 기다려야 해요. 그럴 때도 혼자 이겨내는 법을 터득해야 프로에서 잘 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더 있다.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1승을 거두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랭킹 24위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나머지 일곱 팀에 크게 뒤진다. "당장 캐나다와 붙으면 30점차로 질 수도 있어요. 세계 4부 리그 격인 디비전2 그룹A에 겨우 잔류하는 수준이죠. 하지만 조금씩 격차를 줄여나간다면 언젠가 기적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가능성을 꼭 보여주고 싶어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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