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 정성장박사"북이 이산가족 상봉 적극 협조와 5·24해제 연계 필요"제언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북한이 23일 우리 정부가 지난해 12월29일 제안한 남북대화 제의에 대해 "5·24조치 해제하면 이산가족 상봉 가능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연계시킨 적은 있지만 5·24조치 해제 문제와 연계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5·24조치를 해제한다고 해서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이산가족 상봉에 협조할 것인지 없는 상황에서 5·24조치를 해제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5·24조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북남 사이에 그 어떤 대화나 접촉, 교류도 할 수 없게 되여있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5·24조치를 해제하면 이산가족 상봉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민족분열로 당하고 있는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고통을 하루빨리 덜어주려는 것은 우리의 일관한 입장"이라면서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남조선 당국이 인도주의 문제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다면 말로만 이산가족 문제를 떠들지 말고 대결을 위해 고의적으로 만들어 놓은 차단 조치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을 계속 내걸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5·24조치가 남북 교류협력을 중단시키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 북한 도발에 대해 보상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유지해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통일부는 "5·24조치를 포함해 남북 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북한은 대화에 호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통일준비'를 주제로 통일부·외교부·국방부·국가보훈처 등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산가족의 조속한 상봉을 거듭 제안했다.
이에 앞서 민관협업기구인 통일준비위원회의 정부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2월29일 "내년 1월 중에 남북 간 상호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가질 것을 북측에 공식 제안한다"면서 "북측에 전통문을 보냈으며 북측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시 류 장관은 "특정한 의제를 갖고 나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않다"면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 조치 등 ) 남북 간에 서로 간에 관심이 있는 그런 사항들은 다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동안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 호응하지 않으면서 흡수통일·한미군사훈련중단,대북전단 살포 중지 등을 요구해왔다.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5·24조치를 해제한다고 해서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이산가족 상봉에 협조할 것인지 없는 상황에서 5·24조치를 해제할 수는 없다"면서 "북한이 진정으로 5·24조치 해제를 원한다면 한국 정부와의 협상테이블에 나와 이 문제를 논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정부도 5·24조치 해제에 대한 조건으로 북한이 인정할 가능성이 희박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를 계속 고집하기보다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북한이 적극 협조한다면 5·24조치를 해제하는 방식으로 실용주의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매일 이산가족 20가족, 매달 660가족,연간 7200가족의 상봉에 응하거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전원의 생사확인에 협조한다면 5·24 조치를 해제해 이산가족 문제의 획기적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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