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에서 줄자 은행으로...지난해 대포통장 은행권 비중 61%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금융사고의 최종 종착지인 대포통장을 잡기 위한 은행권의 노력이 금융당국 압박에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한해 상호금융권의 대포통장 감축 노력으로 풍선효과를 보이고 있는 일부 대형 시중은행들은 내부통제 강화방안을 마련하는데 절치부심 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개인영업ㆍ업무지원그룹을 중심으로 대포통장 감축방안을 준비 중이다. 시중은행 중 가장 앞서 지난 14일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은 신한은행은 ▲20세 미만 고객 및 6개월 이상 미거래 계좌에 대한 출금ㆍ이체한도 하향 ▲유동성 계좌 개설ㆍ재발급 시 점검 강화 ▲자유입출금 예금통장 첫 페이지에 전자금융사기 위험성 안내문구 인쇄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KB국민은행은 개인고객지원그룹을 중심으로 장기 미거래 계좌에 대한 거래한도 조정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계좌 개설 때 대포통장 의심고객에 대해 전산등록을 강화하고 통장에 '통장대여시 3년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홍보스티커 부착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고객본부를 중심으로 유관부서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만간 종합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곧 장기 미사용 계좌 재발급 요건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하고 '금융사기업무 전담팀'을 구성한다.
시중은행이 이렇게 적극적인 대포통장 감축 노력에 돌입한 것은 얼마 전 금융감독원이 대포통장이 급증하는 시중은행을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대포통장을 통한 피싱사기는 지난 2012년 3만3496건에서 2013년 3만8437건, 지난해 4만4075건으로 증가세다. 금융사기 피해금액도 2012년 1515억원에서 2013년 2241억원, 지난해 1∼10월 2403억원으로 불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대포통장 비중은 지난 2013년 41.7%에서 지난해 하반기 60.9%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농협조합, 우체국, 증권사에서 줄어든 대포통장이 은행권으로 다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난 12일 진웅섭 금감원장은 임원회의에서 "금융사 CEO의 대포통장 근절 의지가 중요하며 풍선효과 방지를 위해 전 금융권이 총력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부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은행권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금감원은 시중은행 부행장급 임원들을 불러 주의를 주는 한편, 대포통장 방지 홍보 강화 등 공동대응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금감원은 신한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을 필두로 실질적인 대포통장 감축이 이뤄지면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다른 은행ㆍ증권사도 연쇄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포통장 감축에도 시장 원리를 도입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매년 1회 이상 대포통장 증가세를 점검해 발표하고 올해부터 신규 개설 계좌 1000개 중 대포통장이 2개 이상일 경우 해당은행이 금감원에 대포통장 개선 방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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