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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소설가들의 내밀한 이야기…'작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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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 잭 케루악 등 동시대 작가 24명의 인터뷰집

[Book]소설가들의 내밀한 이야기…'작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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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난 청년기를 보내는 내내 고쳐쓰기를 하며 천천히 글을 쓴 뒤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면서 내용을 삭제하기도 했지. 하루에 한 문장만 썼는데, 도대체 그 문장에 '느낌'이 전혀 없었단 말씀이야. 제기랄, '느낌'은 내가 예술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인데 말야. '기교'를 부리며 감정을 숨기는 게 아니라." ('잭 케루악' 인터뷰 중에서)

단어를 골라 문장을 만들고, 문장을 조합해 문단을 구성하며, 문단을 이어나가 마침내 하나의 글을 만드는 과정은 작가들에게는 달콤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의식이자 절차다. 1950년대 비트세대의 대표 작가 잭 케루악은 그 한 문장을 완성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토로하고, 수전 손택은 도입부를 쓸 때면 "언제나 엄청난 공포와 불안을 느끼며 시작한다"고 말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중남미의 대표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아침에 어제 쓰던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할 때의 불안감"에 대해서 털어놓는다.


이처럼 스스로를 '글 감옥'에 가둔 채 오랜 세월을 보낸 작가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 '작가란 무엇인가'가 총 3권으로 완간됐다.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라는 부제로, 지난해 1월 첫 선을 보인 이 인터뷰집은 출간 당시 움베르토 에코, 무라카미 하루키, 어니스트 헤밍웨이, 밀란 쿤데라 등 12명의 쟁쟁한 작가들의 인터뷰를 한 곳에 모아 큰 화제를 낳았다.

최근 출간된 2권과 3권의 작가 목록도 1권에 못지않다. 대학생, 독자, 소설가, 평론가들이 뽑은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에 선정된 이들은 올더스 헉슬리, 도리스 레싱, 퀸터 그라스, 스티븐 킹, 오에 겐자부로, 커트 보네거트, 프랑수아즈 사강 등 총 24명이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문학 계간 '파리 리뷰'에 실린 작가 인터뷰를 번역해서 엮은 이 책은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작가들의 서재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스케치해나간다. 작가들의 사소한 습관과 말투, 어린 시절, 글을 쓰게 된 배경, 가족관계, 정치와 사회에 대한 생각 등 결코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는 미처 추리할 수 없었던 숨은 이야기들이 솔직하고도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Book]소설가들의 내밀한 이야기…'작가란 무엇인가'


인도 출신 작가 살만 루슈디는 1988년 '악마의 시'를 발표한 이후 전세계적으로 유명인사가 됐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으로 그는 이란에서 사형 선고를 받기도 하고, 끊임없는 암살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2005년 진행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엄청난 광란을 불러일으킨) 사람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천하태평이었고 솔직했다"고 묘사된다. 실제로도 그는 "글쓰기는 너무나 힘들어서 다른 명성에 대해 염려할 시간이 없다"고 의연하게 답한다. 하지만 이내 "5년이란 시간을 (이 소설을 쓰면서) 보냈는데 내가 얻은 것이라곤 전 세계적인 비난과 위협을 받는 삶뿐이었다"며 "신체적인 위험보다 지적 경멸이 훨씬 더 문제가 된다"고 고백한다.


잭 케루악과의 인터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가의 매력을 보여준다. 그의 아내가 '술을 절대 마시지 않는 조건으로' 집에서의 인터뷰를 허락해줬고, 하이쿠와 시를 읊어대던 케루악은 인터뷰어들에게도 시를 낭송하라고 강요한다. "예수와 붓다의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답한다. "무척 훌륭한 질문이군. 다른 점은 없네." 미국 출신 작가 커트 보네거트 역시 시종일관 유쾌한 농담으로 인터뷰를 이끌어나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민간인 13만명의 희생을 낳은 연합군의 드레스덴 공습이 전쟁을 단축시키지도 못했으며, 독일군의 공격을 약화시키지도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그는 말한다. "오직 한 사람만이 이득을 보았지요. 바로 접니다. 그 책을 쓴 덕분에 저는 사망자 한 사람당 3달러씩 받은 셈이 되었죠." 커트 보네거트는 전쟁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제5도살장'이라는 작품을 발표해 대표적인 반전 작가로 거듭났다.


인터뷰어들이 작가들에게 던지는 공통의 질문도 있다. 도대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냐는 물음이다. 우리가 감탄하며 읽었던 그 수많은 소설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한 독자들로선 귀가 쫑긋해지는 질문이다. 일부 작가들은 매일 아침이나 오전 시간을 이용해 일정량의 글을 습관적으로 써내려간다고 했다. 귄터 그라스는 "밤에는 너무 쉽게 써지기 때문에" 아침 시간대를 선호하고, 주제 사라마구 역시 오전 시간을 이용해 "항상 두 쪽 분량의 글을 쓴다"고 한다. 살만 루슈디는 "하루의 첫 에너지를 글쓰기에 쏟아부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수전 손택은 "머릿속에서 뭔가가 무르익어야 그걸 글로 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으며, 도리스 레싱이나 앨리스 먼로 등의 여성 작가들은 아이를 키우고 가사 노동 시간을 쪼개 치열하게 작업하는 쪽이었다.


소설 혹은 작가란 무엇인가. 애초에 이 기획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이 같은 큰 물음이 있었다. 작가들은 답한다. "소설은 원래 실험이다. 그걸 그만두면 소설이기를 포기한거다.(존 치버)",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은 주인공이 플롯에서 자유롭고, 소설 그 자체와 작가에게서 해방되는 소설이다.(프랑수아즈 사강)", "소설은 오직 인간만이, 특정한 상황에서만 쓰는 것이다. 우리가 전에 알지 못했던 것을 인식하도록 이끌어준다.(어슐러 K. 르 귄)" 수많은 답변들 중에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말이 인상적이다. 왜 글을 쓰냐는 질문에 그는 말한다. "행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행과 싸우는 한 방법이지요."


(작가란 무엇인가 / 파리 리뷰 지음 / 김진아 권승혁 김율희 옮김 / 다른 출판사/ 각 권 2만2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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