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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의 저울, 우향우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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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도 대법관 후보추천 결과 비판…"사회적 약자·소수자 배려하는 대법관 필요"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박준용 기자]신임 대법관 추천을 둘러싼 회의적인 시선이 법원 안팎에 퍼지고 있다. 이른바 '순혈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물론 추천된 대법관 후보자들이 사회적 다양성을 균형감각을 갖고 대변할 수 있는 이들인지에 대한 비판이 높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은 2월17일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61) 후임 인사를 조만간 선택해야 하지만 최종 후보자 임명제청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강민구 창원지방법원장(56), 박상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58), 한위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57) 등 추천된 3명의 후보자 중 1명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할 예정이다. 법조계가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보다 대법원이 안고 있는 '획일화' 문제가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法의 저울, 우향우 심각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1월14일 강민구, 박상옥, 한위수 등 3명을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했다. 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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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인 이유는 서울법대 출신에 남성, 50대라는 후보자들의 공통점이 지금까지 대법관으로 뽑힌 이들과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는 점이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대법원 권위가 흔들리는 상황을 개선해 줄 인사들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3심제를 채택한 한국은 대법원이 사안의 판단을 내리면 그것이 결론이 된다.


하지만 대법원이 최종 결론을 내려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법원 판단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보다는 '기득권의 눈'으로 사안을 바라보면서 의미 있는 고등법원 판결을 뒤집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기울어진 '法의 저울'을 바로잡기 위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한데 이번에도 기대와 역행하는 결과가 나오면서 법원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송승용 수원지법 판사(41)는 법원게시판인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소수자·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분이 대법원 구성원이 돼 다양한 가치관을 판결에 담아내는 것을 뜻한다"면서 "따뜻한 함박눈 같은 대법관이 그립다"고 말했다.


후보로 추천된 이들의 자질과 능력도 논란의 대상이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추천된 분들은 다 되실 만한 분들이다. 이들은 모두 점잖고 친화력이 좋고 평이 좋았었다. 물론 지적되는 다양성의 문제는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후보들은 추천결과가 알려지자마자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강 후보와 박 후보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경력이 논란이 됐다. '상지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는 "사분위는 지금까지 사학비리로 물러난 구재단들이 다시 학원으로 진입하도록 디딤돌 역할을 해 왔다"면서 "법관으로서 명예와 품위를 상실한 일부 법관 출신 사분위원들이 대법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관에게 주어진 권한은 막중한데 후보자 추천은 형식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고 약자를 배려할 성품을 지닌 후보자들이 추천되기 어려운 제도적 특성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다른 부장판사는 "추천제도의 요건 제한부터가 문제다. 사실 현재 대법관 추천체제로 볼 때 인재풀이 좁다"면서 "일본의 경우 40%만 판사출신으로 임명하는 제한을 두고 있는데 우리도 그런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최고재판소 재판관(한국의 대법관) 15명 중 순수 법관 출신은 6명이며, 나머지 9명 중 5명에 대해서는 법률가가 아니어도 임명될 수 있게 돼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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