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은 정부청사 항의방문, 한의사협회는 기자회견 개최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보건복지부가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 선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찬반으로 엇갈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도 여론전에 돌입했다. 정부가 '규제기요틴'으로 지목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양한방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중에 있는 4000여개의 의료기기 가운데 초음파와 엑스레이를 포함해 한의사에게 허용할 의료기기 범위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법률 개정 사안은 아니다"면서 "우리(복지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결정하면 되는 사안으로 상반기 중으로 한의사들이 사용 가능한 의료기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옥주 복지부 차관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은 헌재의 판결이 있는 항목에 대해 허용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그동안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미온적이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3년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불허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28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할 규제기요틴에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포함시키면서 양한방 갈등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추무진 의사협회장은 이날 오전 세종시 복지부 청사를 항의 방문해 한의사의 의료기기 허용 정책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또 양한방으로 이원화된 의료체계 일원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 마련과 치과와 한의원의 의료행위를 법률에 명기하는 내용의 요구사항도 전달했다. 신현영 의협 홍보의사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검증되지 않은 경제논리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단두대에 올리는 것은 매우 큰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의학계도 반격에 나섰다. 같은 시간 대한한의사협회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협의 주장이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협회 관계자는 "더욱 안전한 한방 진료와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선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목이 삔 발목염좌 환자는 연간 425만건의 한의원 진료가 이뤄지는데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없어 환자가 직접 양의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 방문해야 하는 만큼 이중 진료비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한의협은 "복지부는 양의사들의 협박에 눈치보기를 그만두고 국민 건강과 한의학 발전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앙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자칫 의료 대란으로 확전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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