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그리스 정치권에서 야기된 그렉시트(Grexit), 즉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우려가 진정되고 있다.
오는 25일 총선을 통해 집권이 예상되는 급진좌파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가 유로존 잔류 방침을 거듭 확인한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아테네 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4% 상승한 810.75를 기록했다. 그리스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전주 대비 0.66%포인트 하락해 9.32%에 거래됐다.
치프라스 대표가 지난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3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재정증권을 발행해 상환할 것이라며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날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리자가 집권하면 구제금융 재협상과 긴축재정 정책 재검토 등을 요구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독일이 그렉시트를 용인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치프라스 대표가 채무 탕감보다 상환 계획을 내놓자 금융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치프라스는 앞서 영국 방송사 채널4와 인터뷰에서도 "이(그렉시트) 논의는 이미2012년에 죽었다"며 그렉시트 우려를 제기하는 것을 "좀비들의 춤"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사회적 혼란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최근 은행들의 예금인출 규모가 늘었지만 그리스 중앙은행은 현 상황이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해 예금 인출 사태 등이 확인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주요 투자은행들이 그렉시트 가능성을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그렉시트 확률을 25% 미만으로 전망했다.
그리스 재무부는 트로이카와 구제금융 프로그램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거나 2월 28일까지인 구제금융 시한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그리스 은행들은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그리스 언론들은 시리자가 집권해서 트로이카에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국민 75%가 유로존 탈퇴에 반대하고 혹독한 긴축정책의 성과를 무산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진단했다.
한편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는 시리자의 지지율이 계속 1위를 지키고 있으나 단독 정부를 구성이 어려울 것이며 이에 따라 연립정부의 파트너가 될 3위 정당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설문 결과 지지율 3위를 놓고 중도 성향의 신생 정당 포타미와 네오나치 성향의 황금새벽당, 현 연정에 참여한 사회당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지난 7~9일 알코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시리자의 지지율은 31.2%로 1위를 유지했고 사마라스 총리가 당수인 신민당은 28%였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