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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젊은 생명 억울하게 앗아간 의정부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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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경기(의정부)=유제훈 기자] "오늘 저녁 6시에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일하다가 뉴스를 보고 급히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를 않더라구요. 혹시나 해서 현장에 갔다 다시 병원으로 왔는데…."


10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병원 장례식장.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사고 희생자인 한모(26ㆍ여)씨의 빈소가 마련된 이곳은 침통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날 오후 한씨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는 남자친구 어모(20)씨는 날벼락 같은 애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전날 밤까지 딸과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는 어머니는 영정사진을 준비할 경황도 없었던 듯 남자친구가 갖고 있던 사진으로 이를 대신해야 했다.

빈소를 찾은 친구들은 한씨가 '꿈이 많아 자기계발에 열심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한씨는 직장은 서울에 있었지만, 비싼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의정부에서 살았다. 최근에는 손목에 통증이 생기는 직업병이 생겨 회사를 쉬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새해부터는 금속공예 디자이너를 꿈꾸며 공부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 시대의 여느 젊은이들처럼 자신의 꿈을 착실하게 키워나가던 청년이었던 셈이다.


경기도 소방안전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 사상자는 대부분 20~30대 청년층이었다고 하는데, 그들 역시 한씨처럼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 온 젊은이들이었을 것이다. 그런 젊은이들을 유난히 많이 떠나보내야 했던 것이 지난해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새해에는 무엇보다도 '더 이상 가슴 아픈 사고들이 없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빌었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그 같은 소망은 깨지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마우나리조트 사고 등으로 꽃다운 생명들이 희생됐던 지난해의 악몽이 해를 넘겨서도 또 이렇게 되풀이 돼서는 안되는데...' 한씨의 빈소를 찾은 이들은 벅찬 슬픔과 함께 그런 기원들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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