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비트코인 예수' '비트코인 전도사'라고 불리며 가상화폐 비트코인 시장 확대에 앞장섰던 로저 버 메모리딜러스닷컴 대표가 모국인 미국에 입국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사연은 이렇다. 7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미국 언론들에 다르면 버는 지난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중남미의 섬나라인 세인트키츠네비스 연방으로 이주했다. 이 나라는 메신저앱인 텔레그램을 개발한 러시아의 파벨 두로프가 러시아와의 갈등을 피해 시민권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져있다.
당시 버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피하기 위해 조세 천국인 중남미로 이주하자며 자신을 뒤따르라고 조언하고 나섰다. 그는 영어는 물론 중국어와 러시아어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비트코인 부자들에게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낙원을 찾아 떠난 그에게 최근 문제가 발생했다. 이 달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비트코인 행사에서 연설을 하기위해 미국 입국 비자를 신청했는데 세 번이나 퇴짜를 맞은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방문할 수 없는 완전한 이방인이 돼버린 셈이다.
버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사실을 공개하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가 입국비자를 신청한 바데이도스 주재 미국 대사관은 입국 비자 거절이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그에게 해명했다.
버가 현재 거주지를 떠나 미국에 입국한 후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유다. 그가 미국에 불법 체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비록 지금 세인트키츠네비스 연방의 국적을 취득했지만 그곳에 영구 정착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는 등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버는 이 조치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그가 현 거주지와 관련해 제출한 각종 서류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세금을 적게 내겠다며 미국에서 벗어나 중남미로 이주하자고 다른 이들을 부추기던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그는 항의의 뜻으로 '국경은 가상의 선일 뿐이다'라는 문구와 아메리카 대륙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공개하고 나섰다.
한편 버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전 이를 모아두었다가 억만장자가 된 인물이다. 이후에는 블록체인, 리플, 블록페이 등 각종 비트코인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을 무료로 나눠 주기도 해 '비트코인 예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